나치에 맞섰던 독일 크리스천의 영성 가득한 ‘365일 묵상집’

입력 2017-01-04 21:24 수정 2017-01-04 21:28

바실레아 슐링크(1904∼2001)는 목숨을 걸고 나치에 맞선 크리스천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 전역을 순회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다 게슈타포에 두 번이나 불려가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독일인이지만 그는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모든 사람을 축복한 하나님의 자녀였다.

유대인 학살을 목도한 바실레아 슐링크는 1947년 고향 다름슈타트에 기독교마리아자매회를 세웠다. 조국이 자행한 죄악을 회개하기 위해서였다. 기독교마리아자매회는 이후 청빈과 경건함을 내세우며 70년간 독일 기독교 정신의 요람 역할을 했다.

책은 바실레아 슐링크가 쓴 365일 묵상집이다. 1960년대 초 이집트 시내산(시나이산)을 찾아간 그는 그곳에서 받은 성령의 감동으로 묵상집을 써내려갔다.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끝이자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이 맞닿은 곳, 시나이 반도는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약속의 땅이다. 아름다운 홍해를 끌어안고도 산악과 사막으로 이어진 볼모지에서 바실레아 슐링크는 하나님의 규율을 찾고 기록하는데 정성을 쏟았다.

‘당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어린 관심을 보여 주십시오. 그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그들과 함께 우십시오. 그러면 하나님의 마음이 당신에게 열리며 당신이 슬픔 속에 있을 때 당신과 함께 우시고, 또 당신의 기쁨을 함께 나누시면서 그 기쁨을 증가시켜 주실 것입니다.’(7월 28일)

1968년 독일어 초판으로 출간된 책은 78년 영어 초판에 이어 각국 언어로 소개됐다. 예수는 “나의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요 14:21)라고 말했다. 분쟁과 폭력, 질병과 자살이 만연한 종말의 시대에 주님의 계명은 우리에게 생명과 기쁨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다. 그것이 바로 ‘금보다 더 귀한 것’이다.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