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핵심 관계자들에게 삼성의 ‘검은돈’이 흘러들어갔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미 두 회사의 합병 성사를 위해 외부권력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입증과 함께, 국민연금 내부자들이 삼성에서 개별 로비를 받았는지도 추적하는 셈이다. 특검팀은 특히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과 채준규 운용본부 리서치팀장을 박 대통령-삼성-최순실로 이어지는 3자 거래의 전말을 밝혀줄 핵심 수사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2015년 7월 10일 국민연금이 양사 합병에 찬성을 결정한 투자위원회를 주재했다. 당시 회의 도중 20분간 정회하고 투자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합병 찬성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투자위원은 홍 전 본부장의 노골적인 찬성 종용 행위에 대해 “홍 본부장이 위원들을 따로 불러 이야기하는 것이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위에서 양사 합병안이 표결을 거쳐 통과되자 홍 전 본부장은 회의 직후 청와대·보건복지부 등에 회의결과를 직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이 추후 삼성에게서 ‘사례’를 받은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 전 본부장이 2016년 1월 초순쯤 신설법인 프라이머 인베스트먼트 고문으로 취업했다. 삼성이 합병 대가로 이곳에 자본금을 지원한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홍 전 본부장은 지난달 26∼27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이틀 연속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프라이머 인베스트먼트도 지난달 특검팀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측은 “프라이머 인베스트먼트와 자금거래는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입장이다.
채 팀장은 투자위의 배석자로 시종일관 합병 찬성론을 폈다. 당시 투자위 회의록에 따르면 그는 독자적인 검토 없이 삼성이 제시한 내용만을 토대로 두 회사가 합병하면 상당히 큰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합병 이후 국민연금이 손실을 떠안았다. 국민연금의 지난달 14일 자료에 따르면 합병에 따른 국민연금 평가 손실은 3700억원(11월 30일 기준)이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과 채 팀장이 청와대 등의 지시를 받고 무리한 합병 찬성 여론을 조성하면서 국민연금에 손실을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노용택 양민철 기자 ny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단독] 홍완선, 합병 가결 대가로 ‘삼성서 사례’ 의심
입력 2017-01-0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