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12일 귀국하는 반기문(얼굴)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메시지’는 반 전 총장이 현실 정치에 발을 내딛는 첫 시험대다. 최근 주춤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의 뉴욕 발언과 측근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가장 유력한 귀국 키워드는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와 ‘갈등·분열 치유’ 등이 꼽힌다.
반 전 총장 측근들은 3일 “그동안 있었던 반 전 총장의 기자회견에서 어느 정도 메시지 윤곽은 드러났다”고 말하고 있다. 한 측근은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 나라를 다시 하나로 만들어 선진국 진입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국가 운영 시스템, 이른바 굿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굿 거버넌스는 어질고 올바른 정치라는 추상적 개념뿐 아니라 국민 참여와 투명성 등을 보장하는 정치 시스템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높아진 정치 불신 여론을 감안한 메시지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 외교협회 초청으로 이뤄진 간담회에서 “(한국) 국민은 굿 거버넌스가 완전히 결핍된 것에 몹시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좌우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대통합 메시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 지지를 어느 정도 확보한 만큼 중도층을 끌어안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헌 카드도 유력하다. 개헌은 반 전 총장 영입을 시도하는 개혁보수신당(가칭)이나 국민의당 등과 손잡을 수 있는 연결고리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반 전 총장 등 충청권과의 뉴DJP(김대중·김종필) 연합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까지 진전된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오준 전 유엔대사는 “반 전 총장이 개헌 필요성에 대해선 언급했지만 특정 개헌안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반 전 총장은 이르면 오는 12일 귀국할 예정이다. 한 측근은 “12∼15일 귀국 예정인데, 12일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충청권 한 의원은 “귀국 메시지로 관심을 모으고 지역 곳곳의 민심을 듣는 광폭행보에 나선다면 반 전 총장 지지율이 다시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매년 거르지 않고 했던 신년 인사 전화를 이번에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과 거리두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感 안 잡히는 潘 귀국 메시지
입력 2017-01-04 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