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이야기] 행복한 가정

입력 2017-01-03 21:18

최근 부모님이 충남 아산 온양에 다녀오시며 겪은 일입니다. 두 분이 볼일을 마치고 온양온천역으로 와서 역사(驛舍) 안에 마련 된 벤치에 앉아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옆자리에 앉으셨답니다. 아버지는 잠깐이라도 말벗이 되어 드리고자 “여기 사시냐”며 말을 거셨습니다. 여든 두 살의 할머니는 온양이 고향이지만 서울에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온양에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끔 오신다고 했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아들과 딸이 온양에 사는데 자녀들 집에는 거의 가지 않고, 주로 친구들만 만나고 간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다짜고짜 “아들 딸 키워봤자 다 소용 없다”며 한탄을 하셨답니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서른한 살에 과부가 됐고, 오로지 자식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남매를 모두 대학에 보내고 결혼도 시켰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녀들과의 사이에 벽이 생겼답니다. 반기지 않고 오히려 불편해 하는 것이 손자·손녀들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할머니와 그들 사이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기에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었지만 씁쓸하셨다고 했습니다.

가정은 사랑과 평화를 기반으로 이뤄진 공동체입니다. 비록 다툼이 있어도 가족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있다면 사랑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고 하십니다.

아버지가 서울 행당동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때만 해도 무학여고 앞은 호박 밭이었습니다. 어느 주일 아침, 여느 때처럼 그 호박 밭에서 놀고 있었는데 당시 한양대 근처에 있던 교회로 가는 한 가족을 보았답니다. 부부는 성경책을 손에 들고 나머지 손으로는 아들, 딸의 손을 붙잡고 환하게 웃으면서 호박밭 갓길을 걸어갔습니다. 그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였고, 아버지는 부러워 그들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답니다. 당시 아버지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그때 그 모습이 떠오른다며 연필로 그려보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사도행전 16장 33∼34절이 생각났습니다. 옥중에 갇힌 바울과 실라로부터 복음을 접한 간수는 그들을 데려다가 맞은 자리를 씻어주었고, 자신과 가족이 세례를 받았으며 하나님을 믿음으로 온 집안이 크게 기뻐했습니다.

진정한 가정의 행복은 가정 복음화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혼자 교회에 다니던 시절 당신의 어머니, 즉 제 할머니가 신앙을 갖게 해달라고 늘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마침내 할머니가 예수를 믿겠다고 하셨고 함께 교회로 가던 때의 기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크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저희 가족은 가정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 기도하며 위기를 견뎌냈습니다.

아버지는 40년 넘게 목회 사역을 해오시다 지난해 은퇴하셨습니다. 저도 대를 이어 목사가 됐습니다. 실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예수를 믿는 모든 이의 가정이 항상 행복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단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가 생겨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나의 목회 이야기

약력=△나사렛대 신대원 △2011년 '목회와 신학' 주관 청년부문 명강사 선정 △나사렛 청년연합회(NYI) 필드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