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서적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부도나면서 출판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송인서적에 책을 공급했지만 대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중소형 출판사들의 피해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3일 출판계에 따르면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송인서적 등은 이날 회의를 열고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송인서적 회생이 힘들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도매상인 송인서적은 전날 100억원 규모의 어음 중 일부를 처리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송인서적 관계자는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부득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지난 몇 달간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은 면해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도저히 힘에 부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송인서적이 발행한 전체 어음 규모가 2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송인서적과 거래하고 있는 출판사는 2000여곳에 달한다. 특히 이들 출판사 중 소규모 회사들은 송인서적 한 곳에만 유통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송인서적이 최종 부도 처리될 경우 이들 출판사 상당수는 대금을 돌려받지 못해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중소형 서점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은 대부분 도매상을 건너뛰고 출판사와 직거래하는 형태로 책을 수급한다. 하지만 중소형 오프라인 서점은 도매상을 거치는 방식으로 책을 거래하고 있어 당분간 신간 공급은 물론이고 재고 반품도 힘든 상황이다. 송인서적만을 상대로 거래하는 중소형 서점은 400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홈페이지에는 이날 출판계 관행을 질타하는 글이 잇따랐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출판사와 서점 모두 상생하는 길은 현금결제하는 것밖에 없다”고 적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도매점은 죽든 말든 자꾸 싸게만 요구하는 소매점들도 책임이 있다”고 썼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대형 도매상 송인서적 부도… 위기 내몰린 출판계 ‘비상’
입력 2017-01-03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