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화장품 오너 2·3세들 새해 보폭 넓힌다

입력 2017-01-04 00:00

식품·화장품 업계 오너 2·3세들이 새해를 맞아 경영승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하는가 하면 직속 기구를 두고 경영 전면에 나서며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 장녀인 서민정씨는 지난 1일자로 오산 뷰티사업장 아모레퍼시픽 SCM(공급망관리) SC제조기술팀에 발령받아 평사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에 재직 중이었다. SCM은 화장품 제조를 총괄하는 생산조직이다. 아버지 서 회장이 아모레퍼시픽 전신인 태평양 용인공장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것처럼 현장부터 시작한다는 취지다. 서씨는 개인 자격으로는 서 회장에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식품회사 오너 자녀들의 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범LG가(家) 아워홈의 구본성 부회장이다. 구 부회장은 구자학 회장 장남으로 지난해 4월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6월 아워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구 부회장은 과거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근무하며 한발 떨어져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구 부회장 선임 전에는 구 회장 막내딸인 구지은 전 부사장(현 캘리스코 대표)이 아워홈 경영에 적극 참여해 왔다. 하지만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범LG가의 전통에 따라 구 부회장의 승계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워홈은 2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구 부회장 직속 ‘해외·전략사업부’를 신설했다. 해외·전략사업부는 신성장동력 사업을 발굴하고 해외사업 성장 등 수익 창출을 책임지는 조직인 만큼 구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조카인 신동환 푸르밀 부사장도 올해 첫 시험대에 오르는 오너 2세다. 지난해 2월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한 신 부사장은 기능성 요구르트 신제품 ‘푸르밀 N-1’(가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신 부사장은 신 총괄회장 막내 남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롯데파스퇴르와 한국야쿠르트 등 발효유업계 경쟁이 활발한 시장에서 감기 면역력 강화 기능을 넣은 제품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 역시 지난해 11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활동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허 부사장은 ‘쉐이크쉑’(쉑쉑버거) 국내 도입을 총괄했다. 1호점이 성공적으로 문연 데 이어 최근 2호점을 열었다. 허 부사장은 직접 미국 뉴욕과 서울을 수차례 오가며 브랜드 도입에 큰 역할을 했다. SPC그룹은 차남인 허 부사장과 장남 허진수 부사장이 형제경영에 나서고 있다. 허 회장 부부 지분을 누가 받느냐에 따라 후계 구도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쉑쉑 열풍’으로 허 부사장이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3일 “올해는 식품업계 오너 2·3세들이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