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원한 제국’의 저자 류철균(51·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가 3일 구속됐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입학·학사관리 특혜 수사에서 나온 1호 구속자다. 이대의 조직적인 정유라 감싸기에 대한 본격 수사 신호탄이기도 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 모녀를 위해 학사관리 체계를 무너뜨린 다른 교수들과 대학 고위층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검팀이 류 교수의 신병을 먼저 확보한 건 그를 연결고리 삼아 이대 농단의 몸통을 찔러간다는 수사 전략이다. 류 교수는 자신의 배후로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을 지목한 상황이다. 그는 “김 학장이 세 번이나 ‘(정씨를) 잘 봐 주라’고 말하는데, 내 밑에 있는 교수들의 승진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중 김 전 학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그가 류 교수에게 말맞추기를 요구한 정황도 포착됐다. 류 교수 측에 따르면 김 전 학장은 교육부의 특별감사 당시 류 교수에게 “나는 ‘체육특기생을 잘 봐 주라고 한 것뿐’이라고 감사관에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류 교수에게 이에 부응하는 진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뜻이다.
김 전 학장은 또 “당신(류 교수)은 온라인 강의니까 문제가 없을 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빠져나가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류 교수는 “이 지경이 됐는데 어떻게 빠져 나가나”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김 전 학장은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나와 “정씨의 학점 관리를 지시한 적이 없다” “정유라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다”고 발뺌했다. 위증 혐의도 추가될 공산이 크다. 특검팀은 김 전 학장과 최씨 간에 돈 거래가 있었는지도 추적 중이다. 정씨의 부당 입학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는 최경희 전 이대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 대한 수사도 예고돼 있다.
덴마크 올보르에서 체포된 정씨는 3일 현지 지방법원 심리와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2016년 대학에 딱 한 번 가서 최 총장과 류 교수를 만났다. 그때 내가 일찍 나오고 엄마가 조금 더 있다가 나왔다. 아웃(퇴출)될 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학점이 나와서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도 최씨와 이대 관계자들 간 뒷거래가 존재했을 개연성이 높다.
특검팀은 정씨가 이대 입시 과정에서 정식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에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합격 소식을 알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는 특검에서 2014년 10월 정씨가 전화해 ‘이대에 붙었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대는 그해 10월 31일 체육특기자전형 합격자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최씨 측이 이대 고위층에게서 사전에 합격자 정보를 받았거나, 애초 합격을 보장받고 지원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정씨는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 “나는 모른다. 고등학교에서 승마한 것도 엄마가 시켜서 했다”고 말했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류철균 구속은 시작일 뿐… 특검, 이대 농단 ‘몸통’ 정조준
입력 2017-01-0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