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 차향 그윽한 빛의 향연, 추억과 낭만을 수놓다

입력 2017-01-05 04:35
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한국차문화공원 녹차밭을 수놓은 오색찬란한 조명이 거인의 그림처럼 웅장하고 화려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이순신, 희망의 빛’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제14회 보성차밭 빛축제’는 이달말까지 이어진다.
무지개 모양을 닮은 보물 304호 홍교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현부자집
일출 명소인 율포솔밭해변 앞바다에 설치된 닭 조형물 ‘희망의 아침’ 옆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겨울은 황량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이럴 때 제법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는 남녘으로 떠나보자. 전남 보성에는 겨울에도 푸르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보성의 자랑 녹차밭 덕분이다. 여기에 화려한 조명이 더해져 하늘의 은하수가 내려앉은 듯한 장관이 연출되고 있다. 제철을 맞은 꼬막 등 먹거리까지 가미돼 겨울 여행지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희망의 불빛’으로 화려한 초록 ‘등고선’

보성은 기후, 토양, 지형, 호수·바다 등 자연환경이 잘 어우러져 차 재배의 적지다.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일교차가 커 차의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보성녹차는 농산물품질관리법에 의해 우리나라 지리적표시 제1호로 등록된 음식이다. 6년 연속 국제유기인증을 획득했고 군수 품질인증제를 통해 잔류농약검사, 생산이력관리, 친환경인증 등 최고의 품질관리를 거쳐 생산된다. 하루에 다섯 잔 정도만 마시면, 피부 미용, 다이어트, 수험생 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녹차 수도’ 보성은 이름값이라도 하듯 곳곳에 차밭이 일궈져 있다. 그래서 한겨울에 찾아도 초록을 접할 수가 있다. 대한민국 대표 겨울여행지 보성의 매력 중 하나다. 녹색의 차나무 위로 눈이라도 펑펑 내려주는 날에는 하얀 솜이불을 덮은 초록융단은 산과 들, 바다와 어울려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보성읍과 회천면을 연결하는 고개인 봇재 주변에 차밭이 여럿 있다. 보성군은 지역대표 명소인 보성차밭의 빛축제를 브랜드화해 해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가족단위 여행객과 연인 등 누구나 즐겁게 참여하고, 낭만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겨울철 대표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꼭 가봐야 할 곳은 보성읍 봉산리 한국차문화공원이다. 이곳과 봇재다원, 율포솔밭해수욕장 일원에서 ‘제14회 보성차밭 빛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해 조선수군재건 과정 중에 보성에 머문 인연을 매개로 ‘ 이순신, 희망의 빛’이라는 주제로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정유년인 만큼 정유재란 승전 420주년을 맞아 ‘새 희망으로 보성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아 봇재다원에 길이 150m, 높이 120m의 대형 이순신 장군 형상을 찬란한 불빛으로 장식해 겨울밤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마치 거인이 산에 그림을 그려 놓은 듯 화려하고 웅장하다.

한국차문화공원에 들어서면 공룡·용·사슴 등 희망의 빛동산, 오색물결의 은하수터널, 형형색색의 차밭 빛 물결, 주변 수목을 이용한 빛광장, 소망나무, 포토존 등의 다양한 시설물이 깊어가는 겨울밤을 빛의 마법으로 물들이고 있다. 오색찬란한 빛의 향연은 은은하고도 화려하게 낭만적인 겨울여행을 꿈꾸는 여행객을 유혹한다.

한국차박물관은 차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시대별 차 도구 전시실과 체험공간 그리고 문화실 등을 갖추고 있어 차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전문가들의 지도 속에 다도를 배우고 따뜻한 보성차를 마실 수 있어 가족, 연인들 사이에 인기다.

율포솔밭해수욕장에는 수변에 10m 크기의 수상조형물인 ‘희망의 아침’을 새롭게 설치해 새해 희망을 기원하도록 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들이 낭만의 바다를 느끼며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낭만의 거리, 사랑의 미로길, 관광객에게 새해 선물을 주는 의미로 대형 선물상자 상징물, 새해 희망을 기원하는 조형물 등이 해수욕장 수변에 설치돼 밤바다를 환상적으로 수놓았다. 주말상설공연과 체험프로그램 등도 다채롭게 진행돼 따뜻하고 낭만적인 겨울 축제를 풀어놓고 있다.

봇재에서 내려다보는 녹차 밭은 또 다른 풍광이다. 마음까지 후련할 정도로 탁 트였다. 서편제 소리꾼들이 넘어 ‘소리고개’로도 불리는 봇재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녹차밭의 풍광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산비탈의 굴곡을 따라 만들어진 차밭은 서 있는 위치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제각각 다른 절경을 만들어낸다. 언덕을 굽이굽이 감싸며 흘러내린 녹차밭 이랑의 곡선은 황홀한 풍광을 풀어놓는다. 특히 아침햇살 받은 싱그러운 차밭과 금빛으로 반짝이는 저수지 풍광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봇재고개를 내려서 한국차문화공원 옆길로 들어서면 안방과 스크린을 달궜던 명장면을 만날 수 있는 보성 최대 차밭인 대한다원이 나타난다. 쭉쭉 뻗은 삼나무 숲길은 차밭기행의 묘미를 한층 돋운다. 추위도 잊고 녹차밭 속에 파묻혀 있다 보면 녹차향이 온몸에 스며드는 듯하다.

소설 ‘태백산맥’과 꼬막의 고장 벌교

벌교의 여러 다리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 보물 304호 홍교(虹橋)다. 무지개 모양을 닮은 이 돌다리의 원래 이름이 뗏목으로 연결한 다리라는 뜻의 벌교(筏橋)였다. 지명이 여기서 유래했다.

벌교는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다. 지금도 소설에 등장하는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현부자 집과 소화의 집, 벌교 포구의 소화다리(부용교), 남도여관(현재 보성여관), 김범우의 집 등이 재현돼 있다. 빨치산 대장 염상진의 동생 염상구가 담력을 보여주기 위해 시합을 했던 철다리와 태백산맥 갈등의 시작점인 중도방죽 등이 소설 속 모습 그대로다.

국내 최대의 단일문학작품 전시관인 ‘태백산맥문학관’에는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조 작가의 문학 정신이 오롯이 배어 있다. 조 작가의 태백산맥 육필 원고 1만6500여장을 비롯해 취재수첩 등 작품 관련 자료 총 159건, 719점이 전시돼 있다. 작가의 집필 동기, 4년간의 자료 조사, 6년간의 집필 과정을 거쳐 소설 태백산맥의 탄생에 이르는 자료가 총망라돼 있다.

수산물 지리적 표시 제1호인 벌교꼬막은 보성에서만 맛볼 수 있는 국내 최고의 맛이다. 벌교 여자만 일대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11월부터 다음해 초봄까지가 제철이다. ‘태백산맥’에 나온 이후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행메모]
체험·휴양의 명소 ‘제암산휴양림’
부드럽고 쌉싸래한 초록의 말차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광주나들목에서 나와 29번 국도를 따라 화순·능주를 거쳐 40분쯤 달리면 보성에 도착한다.

회천면 율포 해수녹차탕이 유명하다.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지하 암반 해수에다 녹차 진액을 섞은 전국 유일의 녹차해수탕이다. 탕안에서 바다풍경을 볼 수 있다.

인근 보성다비치콘도(061-850-1111)는 해수녹차탕과 한식당 등을 갖춘 현대식 콘도로 81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해수에 녹차를 섞어 고혈압, 신경통, 피부병 예방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보성군이 운영하는 제암산자연휴양림(061-852-4434)도 인기다. 47실의 객실과 637m의 짚라인, 3개의 물놀이장, 제암산을 끼고 도는 5.8㎞의 산책로, 몽골텐트 20동, 야영장 45면, 족구장, 식당, 잔디광장 등을 갖추고 숲속휴양지로 자리잡았다.

보성읍 쾌상리 소재 유기농법 실천 다원인 ‘보림제다’는 부드럽고 쌉싸래한 초록의 말차(15일 이상 차광한 녹차를 맷돌로 곱게 갈아 만든 가루녹차·사진)와 녹차라테로 유명하다. 녹차 성분이 함유된 녹돈, 녹우 등 녹차음식도 다양하다.

벌교꼬막은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을 정도로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다.











보성=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