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이 확산될수록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는 정치권의 비판은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확대 재생산되는 중이다.
지난 몇 달간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는 최근 ‘1등 후보’ ‘검증 완료된 후보’라는 점을 공개석상에서 서슴없이 강조하고 있다. 발언도 점차 강경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당선 후 북한과 미국을 모두 갈 수 있다면) 주저 없이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말했다. 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기각한다면 그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다면 명예로운 퇴진에 협력하겠다”거나 “조기대선 시 섀도 캐비닛(예비내각)을 공개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문 전 대표의 발언들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전 대표의 ‘북한’ 발언에 “한·미동맹을 포기해선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런 말을 하는 그분의 입을 탄핵할 때”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 전 위원장은 “마치 지금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정세균 국회의장도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 ‘혁명’ 발언이) 조금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른바 문 전 대표의 ‘좀 과한’ 발언들에 대한 시각과 해석은 다양하다. 우선 ‘프런트 러너(front runner) 신드롬’이라는 분석이 있다. 프런트 러너 신드롬은 ‘선두주자에 대한 후발주자들의 적극적 견제’를 의미한다. 실제로 다른 당과 후발주자들이 정치·경제·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문 전 대표가 입장을 표명하면 이를 문제 삼아 공격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위 후보가 감수해야 할 현상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야당 의원은 3일 “문 전 대표에 대한 야권의 견제는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1등 주자인 문 전 대표를 향한 정치권의 공세로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주변에서도 ‘메시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우려가 있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 “헌재의 탄핵 기각 시 혁명밖에 없다” 발언은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에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선 경선을 앞둔 문 전 대표가 ‘집토끼’(진보진영 지지자)에게 어필하려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경 발언 일부는 지지층을 다지기 위해 의도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 전 대표의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북한 방문, 혁명, 즉시 개헌에 대한 부정적 발언 등은 문 전 대표가 이를 나중에 다시 해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방식이 되풀이되면 문 전 대표의 소신과 철학에 대한 오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대세론’은 일부 언론과 여권이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우리는 ‘문재인 대세론’을 주장한 적이 없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처럼 대선 전 대통령 행세를 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글=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문재인, 대세론 믿고 ‘대통령이 된 것처럼’ 한다는데…
입력 2017-01-04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