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예산낭비 근시행정 빈축

입력 2017-01-03 20:49
“방공포대 군 공항 이전보다는 공항 자체를 외곽으로 서둘러 옮겨야 합니다.” “KTX(호남고속철도) 정차역이 광주송정역으로 일원화됐는데 왜 굳이 광주역으로 셔틀열차를 운행하죠?”

광주시가 근시안적 도시행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무등산 정상 방공포대의 군 공항 이전 추진과 광주역 셔틀열차 운행이 대표적이다. 향후 행정력과 예산낭비를 불러올 것이 뻔한데도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주시는 “광주역 활성화와 동구·북구 주민의 KTX 이용편의를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광주역과 광주송정역을 오가는 셔틀열차 운행에 들어갔다”고 3일 밝혔다.

시는 하루 30회 왕복 운행하는 셔틀열차 운행이 KTX 정차 중단으로 상권이 몰락한 광주역에 활기를 불어넣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광주송정역까지 1시간 이상 이동해야 되는 등 불편을 겪어온 동·북구 주민들의 KTX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셔틀열차 정기운행을 위해 코레일 측에 연간 12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임시방편인 셔틀열차는 배차간격이 들쭉날쭉해 효과도 미지수일 뿐만 아니라 단편적 발상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장기적으로 폐쇄가 불가피한 광주역에 셔틀열차를 뒤늦게 신설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용산역을 오가는 KTX와 수서발 고속철도 SRT 이용객의 셔틀열차 이용요금이 900원과 2600원으로 다른 점도 문제다. 도심에 위치한 광주역과 KTX가 정차하는 광주송정역 사이 건널목들이 시간당 3∼4회 차단기를 자주 내려 교통흐름을 끊는 것도 불만의 대상이다.

무등산 방공포대의 군 군항 이전추진도 마찬가지다. 시는 무등상 정상 천왕봉의 방공포대를 군 공항으로 먼저 옮긴 뒤 군 공항과 같이 이전하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 중이다. 군 공항 방어라는 방공포대 고유임무 수행에 적합하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2013년 특별법 제정에 따라 광주 군 공항 이전이 가시화된 시점에 어차피 옮겨갈 군 공항에 방공포대를 굳이 이전하는 게 ‘자승자박’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이전작업에 최소한 3∼4년이 걸리는 방공포대를 7∼8년 후 이삿짐을 싸게 될 군 공항으로 옮기자는 것은 비생산적 발상”이라며 “적잖은 행정력과 예산낭비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셔틀열차 운행과 방공포대의 군 공항 이전 추진은 당장 시름을 덜려고 손에 쥔 꼬치에서 곶감만 얼른 빼먹자는 것”이라며 “광주발전의 백년대계를 추구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