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계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65·사진) 도쿄도지사가 올여름 도의원 선거에서 40명의 후보를 내세울 계획이라고 3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40명 전원이 당선돼도 전체 의석(127석)의 과반이 안 되지만 기존 자민당 의석을 빼앗고 공명당, 민진당과 손잡으면 도의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 출신이지만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눈 밖에 난 뒤 도쿄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민당이 지지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현재 도쿄도의회는 자민당(57석)과 연립여당인 공명당(23석)이 과반을 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민당과 공명당의 공조 체제에 균열이 생겼고, 공명당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케 쪽으로 기울고 있다. 공명당의 한 간부는 “도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함께하면 참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1야당 민진당도 고이케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앞서 도쿄신문은 “고이케 중심의 반(反)자민당 연대가 도의원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고이케 신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공명당과 민진당이 여당이 돼주면 안정적인 의회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권 자민당이 도쿄에서만은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이케 지사가 아직 새로운 당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설립한 정치인 양성소 ‘희망의 학원’이 신당의 전초기지로 여겨진다. 고이케 지사는 이 학원 출신을 중심으로 독자 후보를 내고 자민당의 유력 도의원들 선거구로 투입할 방침이다. 이미 학원생과 현역 도의원 일부에게 공천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도의원 3명은 조만간 탈당해 고이케 지사와 연대할 예정이다.
고이케 지사는 취임 이후 쓰키지 수산물시장 이전을 안전 문제로 연기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 비용을 줄이는 등 과감한 정책 행보로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 자민당 반대를 무릅쓰고 정당부활예산(쪽지예산)을 폐지하는 등 자민당과는 갈수록 날을 세우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세 불리는 고이케 도쿄지사의 反자민당 연대
입력 2017-01-03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