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심판… 대통령 불참으로 9분 만에 끝

입력 2017-01-04 04:01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오른쪽)과 이정미 헌법재판관(왼쪽)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공개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지을 탄핵심판의 첫 공개변론이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시작됐다. 오후 2시 사건명을 호명해 심리 시작을 알린 박한철 헌재소장은 “우리 사회의 통치구조에 심각한 변동을 초래하는 위기 상황임을 인식한다”며 “헌재는 대공지정(大公至正·아주 공평하고 지극히 올바름)의 자세로 엄격,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9분 만에 끝난 변론

당사자들의 출석을 확인하면서 변론이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불참했다. 박 소장은 유리잔의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오늘은 피청구인이 출석하지 않았으므로 헌재법에 따라 변론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소장이 5일 제2차 공개변론을 고지하고 폐정하기까지 9분이 소요됐다.

소추위원 측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공개변론 직후 기자들을 만나 “탄핵법정 밖에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건 재판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탄핵의 부당함을 강변하곤 헌재에 나오지 않은 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탄핵심판에 불출석했다고 반박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대리인단은) 사전에 기자간담회에 대해 연락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헌재 심리의 핵심은 박 대통령이 헌법질서에 역행하려는 의사를 갖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했는지 따지는 일이다.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이 “박 대통령이 국민 신임을 배신했다”고 판단하면 박 대통령은 파면된다. 헌재는 2004년 탄핵심판 당시 “대통령 탄핵제도는 누구든지 법 아래에 있고, 아무리 강한 국가권력의 소유자라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판시했었다.

매화대선? 벚꽃대선?

박 소장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공정한 결론을 짓자고 헌법연구관들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임기는 이달까지다. 3만2000여쪽의 검찰 수사기록 등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는 연구관들은 연말연시에도 제때 귀가하지 못할 정도로 촌음을 아껴 재판부를 돕고 있다. 박 소장 퇴임 전 평의에서 박 대통령 파면 여부 결론이 도출된다면 선고가 이후에 이뤄지더라도 결정문에는 박 소장의 이름이 오를 수 있다.

그간 헌재는 공정함과 함께 신속함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정공백 우려, 빠른 결론을 원하는 민심을 고려한 행보였다. 박 소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헌재가 한층 더 국민의 마음을 얻고 국가의 미래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준비절차기일에서 헌재가 보여준 면면에도 신속성을 기하려는 장면들이 숨어 있었다. 공개변론에 이르기까지 헌재는 3월 퇴임하는 이정미 재판관을 수명재판부 수장으로 지정했고 탄핵소추 사유를 5가지 유형으로 과감히 압축했다. 이번 탄핵심판은 63일이 소요된 2004년 사례보다 사안이 복잡하지만 의외로 결론이 빨리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각종 단체들은 헌재 주변에서 집회를 가지며 매화를 언급하고 있다. 봄을 알리는 꽃이 필 무렵 탄핵심판도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촉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경우 “매화가 1월 말부터 피는데 탄핵이 그 전에 된다면 헌재는 우리 민족의 일지매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매화대선’ ‘벚꽃대선’이라는 말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글=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