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이끄는 강소기업] 파산 딛고 일어선 오뚝이… 로터리 칼날 국대 됐다

입력 2017-01-03 20:47 수정 2017-01-03 21:42
국제단조는 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가 나기도 했지만 전 직원들이 똘똘 뭉쳐 기술 개발과 품질 개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 최대 생산 능력을 보유한 로터리 칼날 전문 업체로 등극했다. 국제단조의 한 직원이 지난 2일 경북 경산시 제1공장에서 농기계 부품 소재가열 작업을 하고 있다.
전국에 작지만 알찬 강소기업들이 많습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경쟁력을 갖추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향토기업들은 지역경제를 이끄는 힘이 됩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강소기업들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그들이 더욱 성장해 갈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겠습니다.



경북 경산시 남산면에 위치한 ㈜국제단조는 농기계 부품인 로터리 칼날(땅을 파는 데 사용되는 농기계 부품) 최강 업체로 불린다.

지금은 연매출 100억여원을 자랑하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기까지 오기 위해 숱한 파고를 넘어야 했다. 국제단조가 규모는 작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2일 국제단조를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술과 품질이 살길이다”

국내 최대 규모 로터리 칼날 전문생산업체인 국제단조는 1979년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1984년 대구로 본사를 이전한 후 1993년 경산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경산 제1공장을 비롯해 향후 국내외 판매 확대를 위한 제2공장도 충북 옥천군에 만들어 놓았다.

국제단조는 40년 가까이 기업을 운영하면서 기술과 품질을 제일 가치로 여겼다. 1993년부터 생산 공정 자동화에 나서 국내 최대 생산 능력을 보유한 로터리 칼날 전문업체로 등극했다. 트랙터 등에 사용되는 로터리 칼날 외 500여종의 농기계 관련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농기계 부품 국내 시장점유율이 55%에 이를 정도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전체 직원은 29명에 불과하지만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 인정받는 우량기업이 된 것이다.

국제단조는 축적된 단조기술을 바탕으로 우수한 품질의 제품 생산에 주력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3년에 우수자본재 개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또 경산시 우수업체선정 경산시장 표창, 특허 3건과 실용실안 1건 출원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고유가에 대비한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제품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국제단조는 이미 10년 전에 중국산 제품이 범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품질 향상에 역량을 집중했다. 최근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판치는 상황에서도 국내 제품이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는 것은 국제단조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꾸준한 연구·개발 덕분이다.

김용우(60) 국제단조 회장은 “우수한 철강자재를 사용해 국제단조만의 열처리 기술을 적용한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중국산 저가 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을 막아냈고 국내 제품의 세계화에도 이바지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위기가 기회, IMF 외환위기를 넘다”

현재 국제단조를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이 3대 경영인으로 국제단조를 맡은 것은 IMF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쯤이다. 당시 국제단조는 다른 기업들처럼 수십억원의 부채 때문에 사실상 도산하게 됐다. 아무런 대비책 없이 갑작스럽게 외환위기를 맞은 탓이다.

22세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회사와 함께 성장한 김 회장은 다시 찾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심하던 중 초심에서 답을 찾았다. 품질과 기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로 한 것이다.

자금력도 부족한 데다 금융권 지원도 받기 힘든 상황에서도 1998년 무논정지기날, 휴립복토기날 등 특수 부품 개발을 완료했고 자동화라인도 개발을 마쳤다. 1999년에는 자동화라인 공정 특허 출원을 하기도 했다. 이후 농협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재기를 노렸고 7년 만에 부채를 모두 상환하고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회사를 떠나지 않고 함께한 직원들의 도움도 컸다. 회사가 부도를 맞았지만 전국 8개 도에 있던 영업점(대리점)들은 끝까지 남아 제품 판매에 매진했다. 김 회장은 회사를 믿고 함께 해준 직원들 덕분에 지금의 국제단조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단조의 한 직원은 “지난해 AS 요청이 거의 없었는데 이는 우리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증거”라며 “모든 직원이 자부심을 갖고 생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과 함께하는 기업, 세계로 뻗는 기업”

국제단조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출의 중요성을 인식한 임직원들은 수출품목 개발과 수출 다변화를 위해 매년 국내외 전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태국, 호주, 일본, 인도 등으로 수출을 늘려 나가고 있다. 올해는 이란에도 제품을 수출할 예정이다. 현재 국제단조의 수출부문은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매년 조금씩 늘려갈 계획이다.

국제단조의 또 다른 목표는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우수한 제품을 많이 팔아 지역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초심을 잃지 않고 지난해 말 경산시 장학회에 500만원을 기부하는 등 기술 강국을 이끌어갈 인재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며 봉사와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김용우 국제단조 회장 "기능인 인력난 개선 위해 마이스터 운동 전파"

"젊은 기술자들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김용우(60·사진) 국제단조 회장은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청년 인력난을 꼽았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자꾸 고갈되는 것은 물론 기술을 배울 청년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가 땅이 넓거나 자원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뛰어난 두뇌들이 많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적성과 관계없이 좋은 대학만을 목표로 공부하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산업현장에 기능자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 회사 직원 절반 정도가 외국인인데 기술 전수 등 장기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런 국내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마이스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마이스터 운동은 기능인 우대 분위기 조성을 통해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난, 고학력 인플레이션 등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서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운동이다.

한국마이스터 정책연구원(대구) 산하 마이스터 운영위원회에서 지난해 1월부터 운영위원장 맡아 활동하고 있는 김 회장은 최근 구미 마이스터대전, 포항 마이스터대전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술·기능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능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것이 무인인지를 고민하다가 기술자, 기능인을 우대하는 독일의 마이스터 운동을 전파하는 일에 앞장서기로 했다"며 "독일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육성 정책인 마이스터 제도를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했지만 독일과 여건이 달라 정착이 잘 안 된다고 여겨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기술·기능 경시 분위기가 중소기업 인력난 가중은 물론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 회장은 "현재 젊은 친구들이 기술·기능을 기피해 기능자가 없는 것도 가슴이 아프지만 문제는 이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이 앞으로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기술자들을 구하지 못해 인력난을 겪으면 대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나라 전체의 경제가 흔들리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청년층이 적성을 찾고 기술·기능인이 인정받는 사회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분위기 변화도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술 강국을 만드는 데 국가가 적극 나서서 국책사업으로 기술 교육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펴야 된다"며 "독일과 스위스 등 선진국들이 잘사는 것은 기술이 탄탄하기 때문인데 우리도 기술을 배우면 잘살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교육도 독일처럼 국가가 나서서 어릴 때부터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산=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