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이폰 ‘치킨게임’ 본격화… 삼성은 갤S8로 ‘반격’

입력 2017-01-04 04: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때문에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하면서 업체 간에 새로운 역학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타격을 입었던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앞세워 회심의 반격을 노린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아이폰을 통해 표출되는 양상이다. 트럼프는 중국 내 아이폰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애플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은 최근 중국 광저우에 88억 달러(약 10조5000억원)를 투자해 LCD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트럼프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폭스콘은 중국 내 공장을 완전 자동화하는 계획까지 공개하면서 이전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궈타이밍 훙하이 회장은 “중국은 투자의 보물섬”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으로 공장 이전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며 트럼프를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애플은 중국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 입장과 배치되는 태도를 보이면서 중국에서 아이폰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소비자단체는 아이폰에 배터리, 발화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아이폰6는 특허 침해로 중국에서 판매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아이폰의 중국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급기야 애플은 올해 1분기 아이폰 생산을 30% 줄이기로 했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디자인을 큰 폭으로 변화시킨 아이폰8을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시장의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되면 신제품의 흥행도 장담할 수 없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도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가 중국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 중국 업체들도 성장을 위해선 미국시장을 공략해야 하지만 무역 장벽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이 소모적인 ‘치킨게임’을 벌이는 사이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앞세워 1위 자리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갤럭시S8의 완성도다. 안전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탑재 등 혁신적인 기능도 포함할 전망이다.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은 직원들에게 갤럭시S8의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노트7 발화 원인을 발표하고, 이후에 본격적으로 갤럭시S8 성공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LG전자도 조성진 부회장 체제에서 첫 번째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될 G6를 내놓고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쏜다는 목표다. LG전자는 갤럭시S8보다 빨리 G6를 출시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G6는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