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멕시코계 트럼프 당선 후 앞다퉈 본국 송금

입력 2017-01-03 18:09
멕시코 현지 신문이 지난 11월 10일 멕시코시티 시내 상가에 내걸려 있다. 신문의 1면에는 스페인어로 '트럼프: 퍼펙트스톰'이라고 적혀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하락한 것을 지적한 표제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에 거주하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본국으로 송금을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멕시코 중앙은행을 인용해 멕시코 이민자들이 지난 11월 본국으로 24억 달러(약 2조8900억원)를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1년 전 같은 달보다 24.7% 증가한 액수로 2006년 3월 이후 월간 송금액 중 가장 많다.

송금액이 대폭 증가한 배경에는 트럼프의 과거 발언이 있다.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멕시코가 국경 장벽을 건설할 때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멕시코 이민자들의 송금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송금 제한과 멕시코 장벽 문제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적은 없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따른 우려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돈은 국가경제와 가계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이다. 멕시코 최대 BBVA 방코메르 은행에 따르면 멕시코 이민자들은 지난해 2015년보다 20억 달러 늘어난 270억 달러(약 32조4700억원)를 본국으로 송금했다. 2015년 원유 수출로 얻은 수익 185억 달러(약 22조2500억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인구의 절반이 빈곤에 허덕이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부터 오는 돈은 일부 가계의 생계를 책임지기도 한다.

월가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알베르토 라모스 경제전문가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차기 정부가 송금을 제한하거나 세금을 부과할 것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멕시코 페소화 약세도 송금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준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