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비 레이놀즈(84)와 캐리 피셔(60) 모녀가 하루 사이로 세상을 떠났다. 2016년 연말에 떠난 이 모녀가 워낙 유명한 스타배우였던 만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엄마보다 하루 먼저 떠난 캐리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레이아 공주역으로 널리 알려진 배우지만 소설, 시나리오, 희곡 등을 쓴 작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평생 조울증과 약물중독에 시달렸다.
캐리의 엄마 데비는 생전에 자식이 먼저 죽는 걸 무엇보다 겁내왔다. 그는 2013년에 출간한 자서전에서 “자식을 앞세우는 건 내 평생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내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썼다. 그리고 그 말을 입증하듯 딸이 죽은 지 하루 만에 딸을 따라갔다.
데비는 딸 캐리보다 훨씬 유명한 할리우드 황금기의 전설 중 한 사람이다. 19세 때인 1952년 진 켈리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비는 사랑을 타고’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귀엽고 깜찍한 외모와 출중한 노래, 춤 실력으로 50, 60년대를 주름잡으면서 ‘미국의 연인’으로 불렸다. 거기다 ‘세기적인 스캔들’로 더 유명해졌다. 그는 55년 당시 ‘오 마이 파파’ 같은 노래로 인기절정이던 가수 에디 피셔와 결혼해 캐리 등을 낳았으나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남편을 뺏겼던 것. 그러나 데비는 리즈가 2011년에 사망하기 전 그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용기와 포용력을 보여주었다.
시대를 달리 해 일세를 풍미한 할리우드의 모녀 배우를 보면서 또 다른 모녀 스타배우들이 생각났다. 주디 갈랜드(1969년 47세로 사망)와 라이자 미넬리(70), 재닛 리(2004년 77세로 사망)와 제이미 리 커티스(58), 그리고 잉그리드 버그먼(1982년 67세로 사망)과 이사벨라 로셀리니(64) 등. 그런가 하면 모녀 3대가 이름난 배우인 경우도 있다. 히치콕의 이색 스릴러 ‘새’(1963)로 유명한 티피 헤드렌(86)과 딸 멜라니 그리피스(59), 그리고 멜라니와 배우 돈 존슨의 딸 다코타 존슨(27).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참인 듯싶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103> 데비와 캐리
입력 2017-01-03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