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열전] 원룸 앞에 먹거리·전도지 비치 3개월 됐는데 교회 찾는 이 없어…

입력 2017-01-03 20:58
강원도 원주 참행복한교회 성도들이 추수감사절인 지난해 11월 19일 예배를 마친 뒤 단상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맨 오른쪽 인물이 오준영 목사. 참행복한교회 제공
같은 건물에서 혼자 사는 이들을 위해 참행복한교회가 매일 준비하는 선물. 참행복한교회 제공
강원도 원주 참행복한교회(오준영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는 4층짜리 상가건물의 지하 1층에 있습니다. 1층엔 마트가 있고 2∼4층에 원룸 10여개가 있습니다.

오준영(33) 목사는 매일 오전 8시쯤 1층과 2층 사이에 초코파이나 과자, 음료수 등 먹을거리를 준비해둡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빈속으로 삶의 현장에 나가는 게 안타까워서입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지면 손을 녹이기 위한 손난로도 비치할 계획입니다. 먹을거리 옆에 전도지를 뒀습니다.

이렇게 한 지 3개월 정도 됐지만 아직 교회를 찾아와 함께 예배를 드린 사람은 없답니다. 그래도 간혹 아침에 마주친 입주자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이 건물엔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이들이 깰까 봐 새벽예배 대신 아침예배를 드립니다.

오 목사는 중학교 때 아버지가 보증사기를 당했는데 주변 교회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한 뒤 목회자가 되겠다고 서원했습니다. 도움을 줬던 교회들은 재정이 넉넉한 교회가 아니라 전부 작은 교회였습니다. 오 목사도 ‘받은 걸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목원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5년 3월 고향인 원주에 교회를 개척한 겁니다.

장소를 잡는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교회가 입주하면 찬양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진다며 건물주들이 계속 거절하는 바람에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습니다. 겨우 임대를 했지만 인테리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오 목사가 지인과 함께 직접 교회를 꾸몄습니다. 둘이서 나무를 자르고 조명을 설치하고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얼마 전엔 배수펌프 고장으로 침수가 돼 보수공사를 했습니다. 교인 7명이 전부 연세가 많은 할머니인데 청소 같은 간단한 일이라도 거들겠다고 나서 주셨습니다. 사모님은 두살배기 딸 예승이를 포대기로 등에 업고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이중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까지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고 지금은 대리기사를 준비 중입니다. 몸이 힘든 것보다 더 괴로운 건 떠나는 새신자를 볼 때입니다. 개척한 지 2년 만에 스트레스성 당뇨에 걸렸습니다.

오 목사가 말했습니다. “교회가 작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큰 교회로 떠나는 새신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개척교회 목사님들 마음이 다 비슷하겠죠.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품을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