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로 4선 6선, 난 입당 33년 애쓴 죄밖에…” 탈당 선언 이정현, 섭섭함 토로

입력 2017-01-03 00:00 수정 2017-01-03 04:00

탈당 선언을 한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가 2일 “느그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선거로 4선, 6선을 했을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혜택을 받은 적 없다”며 당내 영남권 중진 의원들을 비판했다. 또 “나는 호남 출신으로 이 당에 들어와 33년 동안 애쓴 죄밖에 없다. 인적 청산 발표 이후 당에선 나에게 한마디도 없었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호남에서 23년간 버틸 때 대통령을 팔았느냐. 권력을 팔았느냐. 내 죄라면 이 당에 들어와 가정을 포기하다시피 하며 애쓴 죄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에 들어오기 한참 전에 이 당 노선이 좋아 입당했고 보수 노선을 지키려고 발버둥친 죄밖에 없다”고도 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준비 중인 비주류 의원들을 겨냥한 듯 “쓰면 뱉고 달면 삼키고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조건 탈당해야 할 대상으로 이 전 대표를 지목하지는 않았다’는 당 지도부 의견에 대해 “그런 말이 어딨느냐”며 “인적 청산 대상으로 내 이름이 사흘 동안 보도됐는데도 (당 지도부는) 나에게 한마디도 없었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인적 청산 작업 대신 당의 화합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적 청산을 하면 당이 산산조각난다”며 “당대표를 했던 내가 책임지고 떠안고 갈 테니 당이 화합하고 단합하는 쪽으로 가 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대표를 했던 내가 주적(主敵)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자신의 탈당 여부를 논의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직전 당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떠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어 “후임 당대표에게 백척간두 상태로 당을 물려주는 것도 죄스러운데 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은 도리가 아니다”고도 했다. 호남 출신 첫 보수여당 대표를 지낸 이 전 대표는 보좌진을 통해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 전 대표와 함께 인적 청산 대상으로 거론된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은 자진탈당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의원은 몇몇 의원들에게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은 ‘숙청’이라고 할 정도로 파괴적이고 분열적인 행태”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또 새누리당 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임기가 3년도 넘게 남은 국회의원들을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의 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새누리당 대구시·경북도당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들이 이제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반성하겠다. 마지막 1인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에선 인 위원장이 친박을 몰아낸 뒤 탈당파와 손을 잡으려 한다는 ‘음모론’도 흘러나왔다. 대상포진으로 당무를 보지 못했던 인 위원장은 3일 복귀, 선수(選數)별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