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철균(필명 이인화·51)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같은 대학 김경숙(61)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의 요청으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특혜를 줬다”고 밝혔다. 류 교수 측은 김 전 학장이 “(정유라가) 정윤회의 딸이라 ‘왕따’를 당해 우울증에 걸려 있다.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니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정유라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다’ ‘학점 관리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김 전 학장의 해명이 모두 거짓이라는 주장이다.
류 교수의 변호인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류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전후 취재진과 만나 “김 전 학장이 류 교수에게 정씨를 ‘잘 봐 달라’는 요청을 세 차례나 했다”며 “최씨 모녀를 만나보라고 해 지난해 4월 교수실에서 1분 정도 만났다”고 말했다. 류 교수 측은 “사리에 맞지 않는 건 알지만 학장 부탁이라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류 교수가 담당한 온라인 수업(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에서 잘 봐 달라는 말은 당연히 ‘패스(통과)’를 뜻하는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류 교수가 정씨와 만난 자리에서 ‘독일에서도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지 않으냐’고 물으니 정씨가 피식 웃기만 했었다고 한다”며 “(최씨 모녀) 면담 후 김 전 학장이 ‘최씨 인상이 어땠느냐’고 물어 와서 류 교수가 ‘그냥 아주머니 같던데요’라고 답변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류 교수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조교를 통해 정씨 시험 답안지를 조작한 사실은 시인했다. 다만 “명의자(정씨) 부탁으로 조교가 답안지를 쓴 것은 문서 위조가 아니며, 업무방해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며 “법리상 죄를 묻기는 어렵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학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한 뒤 업무방해 및 국회 위증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김 전 학장은 지난달 15일 국회 청문회에서 “정씨의 학점 관리를 지시한 적이 없다. 학점 부여는 교수 개인의 권한”이라고 증언했었다. 그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정유라가 정윤회의 딸인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류철균 “김경숙 전 학장이 ‘정유라 잘 봐달라’ 3차례 부탁”
입력 2017-01-0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