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같은 아재들… 우리가 ‘미우새’에 열광하는 이유

입력 2017-01-04 07:03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한 장면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는 아주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당신은 아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가장 가깝지만 한편으론 너무 먼 부모와 자식 사이. 그 작은 생각의 전환이 몰고 온 반향은 상당했다.

파일럿(시험 방송)을 거쳐 지난해 8월 정규 방송을 시작한 미우새는 불과 4개월 만에 예능 판도를 바꾸어놓았다. 부진의 늪에 빠진 지상파 예능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10%를 웃도는 시청률로 동시간대(금요일 밤 11∼12시) 1위를 지키고 있다. 2016 SBS 연예대상에서 올해의 프로그램상과 대상(신동엽) 등 무려 6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은 관찰형 예능이다. 가수 김건모, 개그맨 박수홍, 그룹 H.O.T. 출신 토니 안, 방송인 겸 영화평론가 허지웅 등 스타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보여준다. 여기까지는 MBC ‘나 혼자 산다’ 등 여타 관찰예능에서 익히 봐온 방식이다.

그러나 미우새는 명확한 차별성을 갖는 데 성공한다. ‘다시 쓰는 육아일기’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스타들의 어머니가 직접 출연한다. 화면을 통해 아들의 낯선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들이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반응이 색다른 재미를 만든다. 프로그램의 단조로움을 상쇄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어머니들의 유쾌한 캐릭터와 솔직한 입담이 특히 빛난다. 김건모 어머니 이선미씨는 매 장면 날카로운 일침을 날리면서도 말끝마다 은근슬쩍 아들 자랑을 곁들여 웃음을 준다. 박수홍 어머니 지인숙씨, 허지웅 어머니 김현주씨, 토니 어머니 이옥진씨 역시 당황스러울 법한 상황에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푸근한 분위기를 이끈다. 신동엽 한혜진 서장훈 등 베테랑 MC들의 조율이 더해지면서 안정감을 갖게 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생활 밀착형 관찰예능과 달리 미우새에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며 “출연자들을 경제적이거나 사회적인 고민 없는 소년스러운 모습으로 비추고, 그것을 모성이라는 보편적인 키워드와 결부해 밝게 보여준다. 그런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30일 방송에서 ‘미우새 어워즈’를 마련한 제작진은 네 어머니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감사패라는 걸 생전 처음 받아봤다”며 기뻐하던 이선미씨는 “시청자 여러분들한테 인사를 해야 한다”며 수줍게 나섰다. “이렇게 부족한 우리 엄마들이 여러 가지 실수도 있었는데 재미나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재미나게 할 수 있도록 저희들도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