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구 송림로에 있는 한 여인숙 건물. 지난달 22일 인천쪽방상담소 직원들과 방문한 허름한 갈색 4층 건물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복도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했고 화장실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각각 1평 남짓한 비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90여명은 각 층에 설치된 공동화장실과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난방이 되지 않은 방은 냉골이나 다름없었다. 주로 독거노인이나 노숙인 출신 저소득층, 외국인노동자 등이 월 10여만원을 내고 이곳에 거주한다.
박종숙(60) 인천쪽방상담소장이 1층에 사는 이연자(가명·69) 할머니의 방에 들어서며 “할머니, 아침식사 하셨어요? 오늘은 드릴 게 참 많네요”라고 인사했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작은 냉장고, TV, 옷 수납장 등이 비교적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세 차례 암 수술을 해 평소 거동이 불편한 이 할머니는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박 소장은 할머니에게 방수 장갑과 모자, 생필품 박스, 방한복, 이불 등을 전달했다. 할머니는 “보라색 이불이 색깔도 예쁘고 때도 덜 타겠구먼. 바쁜데 찾아와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말했다.
상담소 직원들은 다른 여섯 가정에 라면과 생필품 박스 등을 전달하느라 부지런히 움직였다. 건물 정문 앞에서 박 소장을 본 60대 초반의 이모씨는 “소장님 고생하시는데 상담소에 들러 뭐 좀 갖다드릴게요”라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혼 후 오랫동안 노숙생활을 한 그는 약 10년 전 이곳에 정착한 뒤 두문불출했다. 인천쪽방상담소 직원들과 꾸준히 교제하다 2∼3년 전 신앙생활을 시작한 뒤부턴 표정도 밝아지고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15년째 쪽방촌 사역을 하는 박 소장은 “대부분 무연고인 사람들이 이곳에 살고 있는데 생필품을 주러 왔다가 가끔 숨진 사람을 발견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이 사역을 하면서 사람들이 자립 의지를 가진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화되는 걸 지켜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인천쪽방상담소는 이준모 목사와 아내 김영선 목사가 공동 목회하는 인천 해인교회가 설립한 ‘내일을여는집’ 산하 단체다. 내일을여는집에는 노숙인쉼터, 사회적기업 재활용센터, 푸드뱅크, 해인지역아동센터 등 총 8개 단체가 있다. 2001년 설립된 인천쪽방상담소는 의료 및 취업 상담, 물품 제공 등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통해 쪽방 주민들을 돕고 있다.
박 소장을 비롯해 상담소 직원 3명은 모두 해인교회 성도들이다. 인천쪽방상담소는 지난달 인천 계산동과 만석동 등에 사는 332세대 쪽방촌 주민을 방문해 쌀과 김치 연탄 등 음식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늘 좋은 말만 듣는 건 아니다. 딱한 사정을 보다 못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다 험한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잦은 야근을 하면서 행정적인 업무도 봐야 하고 무거운 짐을 전달하느라 체력적인 소모도 많다.
남병철(45) 상담소 사회복지사는 “열악한 환경이라 사명감 없이는 젊은 직원이 버티기 힘든데 어르신들을 보면 부모님 같아서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이라며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고 싶어 뒤늦게 이 일을 시작했는데 힘들지만 재밌다. 사회복지가 적성에 딱 맞는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박 소장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립하도록 응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김아영 기자singforyou@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1평 남짓 쪽방의 한파 녹인 사랑… 인천쪽방상담소 15년째 나눔 이야기
입력 2017-01-03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