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측근, 이병호·정치인 ‘극비 회동’

입력 2017-01-02 18:14 수정 2017-01-02 21:10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폴 매너포트(사진) 전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해 말 2박3일간 방한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및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과 극비 회동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차기 정부 향배를 탐색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0일 방한한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이 31일 이 국정원장과 민주당 김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등과 연쇄 회동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와 함께 인천시장 재직 시절 ‘트럼프 타워’ 건설 문제로 인연이 닿았던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등도 개별 면담했다.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은 미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최고 전략책임자’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연쇄 회동에서 “차기 정부에서 내각에 들어가는 대신 외곽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돕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및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측과도 면담하고 왔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한 참석자는 “매너포트가 ‘현재 한국 권력구조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면담자 중 주목되는 인물은 이 국정원장이다.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은 박근혜정부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로 ‘식물 정부’가 된 상황에서 야권의 집권 가능성, 개헌 여부, 박근혜정부 분위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 국정원장을 만난 것으로 해석된다.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은 회동에서 “(한국의) 현 정국을 어떻게 보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민주당 김 전 대표는 “현재 우리 정세와 개헌 여부, 그리고 미국 사정 등에 대한 얘기를 폭넓게 나눴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은 “일반적으로는 향후 3∼4개월 안에 탄핵 여부가 결정되고 바로 대선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야당이 유리하지만 미국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긴 것처럼 우리도 아직 예단하긴 어렵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것들을 지키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이번 회동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의 외손자인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이 지인 소개를 통해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그룹이 방한 일정을 지원했으며,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은 서울 중구 신라호텔 로열스위트룸에 머물다 1일 출국했다. 국정원은 이 국정원장의 회동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