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드] 글로벌 우주경쟁… 올해 목적지는 ‘달’

입력 2017-01-03 04:02
올해 전 세계적으로 우주 탐사 및 지구 대기권 연구 프로젝트가 경쟁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사진은 중국의 온실가스 측정 위성을 실은 창정-2D 로켓이 지난달 22일 간쑤성에서 발사되는 모습. 신화뉴시스
화성은 아직 너무 멀다. 올해 지구 밖 관심의 초점은 ‘달’이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우주로 가는 관문이며 자원의 보고(寶庫)다. 구글이 주관하는 세계 최초 달 탐사 경연대회에 일본 인도 이스라엘 등 16개팀이 참여해 달에서 전례 없는 경주를 벌일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주 연구 대상으로 달을 건너뛰고 화성에 주목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달로 회귀할 전망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자원 획득을 목적으로 한 국내외 달 탐사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2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 연말 구글이 여는 달 탐사 경연대회 ‘루나 X프라이즈’에 일본 우주 벤처기업이 꾸린 ‘하쿠토’ 팀이 출전한다. 하쿠토는 길이 60㎝에 무게 4㎏인 로버(이동식 탐사로봇)를 개발해 달 표면과 환경이 비슷한 돗토리 사구(砂丘)에서 주행시험을 하고 있다.

루나 X프라이즈에는 하쿠토와 미국 ‘문 익스프레스’, 인도 ‘팀 인더스’, 이스라엘 ‘스페이스IL’, 독일 ‘파트타임 사이언티스트’, 다국적 연합 3개팀 등 16개팀이 참가한다. 모두 민간 조직이다. 발사체는 따로 개발할 필요 없이 기존의 민간 우주로켓(미 스페이스X사 ‘팰콘9’ 등)을 이용하면 된다. 하쿠토는 오는 12월 인도에서 팀 인더스와 함께 자체 개발한 로버를 인도 로켓에 실어 38만4500㎞ 떨어진 달로 쏘아 올릴 예정이다.

달 궤도에 진입한 후 본격적인 경연이 펼쳐진다. 각 팀은 원격조종으로 로버를 달 표면에 안정적으로 착륙시킨 뒤 500m 이상 주행시키고 고해상도 비디오와 사진을 지구로 전송해야 한다. 모든 미션을 가장 빨리 성공한 팀에 우승 상금 2000만 달러(약 241억원)가 주어진다. 2등 상금과 보너스상은 각각 500만 달러로 책정됐다.

일본은 올해 이 대회 참가 외에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서 달 탐사선 ‘슬림(SLIM)’의 상세 설계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달에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보낸 나라는 미국 소련(현 러시아) 중국 3개국뿐이다. 슬림은 이들보다 한참 늦은 2019년 발사할 예정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착륙 오차(100m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발표한 우주 백서에서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를 올 연말 발사해 달 토양을 채취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창어 4호를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으로 보내 탐사할 계획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취임 100일 안에 달 탐사 관련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화성 탐사에 관심을 보인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초점을 달로 옮기는 것이다.

앞서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20년 유인(有人) 달 탐사’ 프로젝트를 내놨으나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비효율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백지화했다. 오바마는 대신 ‘2030년대 유인 화성 탐사’ 플랜을 제시했다.

공화당 집권 시기에 달 착륙이 이뤄졌기에 달은 역사적으로 공화당이 선호하는 대상이다. 또 트럼프가 불러일으키려 애쓰는 ‘위대한 미국’에 대한 향수와도 부합한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영감을 주는 우주공간 탐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민간 부문의 달 탐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민간기업 최초로 달 탐사 허가를 받은 ‘문 익스프레스’가 올해 본격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 회사는 루나 X프라이즈에도 참가해 유력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