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1일(현지시간) 덴마크에서 전격 체포돼 국내 송환이 가시화되면서 이화여대 특혜 의혹과 삼성그룹의 승마 지원 의혹 등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국정농단 의혹을 전면 부인해 온 최씨가 딸의 체포로 심경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정씨는 국정농단 특혜 당사자다. 교육부의 이대 특별감사에 따르면 이대 입학처장은 정씨의 아세안게임 금메달 수상 뒤 “(면접에서)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면접위원들에게 강조하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 정씨는 입학 이후 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출석 대체물도 내지 않았는데 출석과 학점을 인정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정씨가 소환돼 조사받을 경우 이대 입시 및 학사 특혜를 제공한 이들의 윤곽도 분명해질 수 있다.
삼성과 최씨 간 거래 내용 및 자금 사용 내역 등을 밝힐 단서도 나올지 주목된다. 특검팀이 정씨의 독일 내 행적 등을 추적하면 삼성이 최씨에게 보낸 돈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 명의로 독일에 페이퍼컴퍼니 등이 세워진 점을 고려하면, 정씨 조사를 통해 최씨가 독일에 소유한 페이퍼컴퍼니들의 지분 관계 및 자금세탁 경로 등이 특검 수사망에 포착될 수도 있다.
정씨는 검찰과 특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최씨의 입을 열 수 있는 ‘열쇠’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씨는 지난달 26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딸에 대해 언급하자 눈물을 보일 정도로 정씨를 걱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그동안 국정농단 주요 의혹을 부인하거나 모른다는 식의 진술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정씨가 특검에 소환되고 사법처리되는 수순을 밟을 경우 딸의 선처를 위해 진술 내용을 뒤집을 수 있다.
정씨의 긴급체포 소식을 접한 법무부와 경찰 등은 2일 압송 절차를 밟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였다. 덴마크 경찰은 앞으로 정씨를 검거 시점으로부터 최장 72시간 붙잡아두고 조사할 수 있다. 현지 경찰은 한국의 인도요청 때까지 구금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송환 때까지 정씨의 신변은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체류 혐의가 확인되면 정씨는 덴마크에서 강제 추방되며, 한국 정부는 덴마크 정부에 정씨의 국내 송환을 요청할 수 있다. 조사 결과 불법체류 혐의가 확인되지 않고, 덴마크 법원도 구금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정씨는 풀려나게 된다.
법무부는 정씨가 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해 덴마크 검찰에 긴급인도구속을 요청했다. 국내법을 위반한 피의자가 외국에 있을 경우 해당 국가에 ‘피의자 구금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경찰은 특검팀이 지난달 27일 인터폴에 요청한 정씨에 대한 적색수배가 이른 시일 내에 발부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한국 외교부도 주덴마크 대사를 통해 정씨와 접촉을 시도 중이다.
그러나 정씨가 자진귀국을 거부하면, 긴급인도구속 청구가 받아들여져도 범죄인 인도청구 관련 재판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단기간 내 정씨 송환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글=노용택 나성원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법무부, 정유라 국내 압송 절차 착수… 긴박한 72시간
입력 2017-01-02 17:32 수정 2017-01-02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