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가 마감 단계라고 밝혔지만 북한이 기술적 문제를 모두 해결한 건 아니다. 북한이 실제로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완성하기까지는 적어도 몇 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장거리미사일 ‘광명성 4호’에 인공위성을 탑재해 쏘아 올렸다. 일반적으로 인공위성 대신 폭탄을 실으면 ICBM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핵심기술이 추가로 필요하다. 고체를 사용하는 고출력 엔진과 대기권 재돌입이 가능한 탄두, 목표 상공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키는 기폭장치 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이런 기술을 갖췄음을 입증하지 못했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김 위원장이) 마지막 단계라고는 했지만 2∼3개월 내에 끝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몇 차례 추가 시험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고체를 사용하는 ICBM용 엔진을 지상에서 분출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같은 시기 지상에 설치된 미사일 탄두 부분에 고열을 가하는 식으로 대기권 재돌입 모의시험도 했다. 미사일을 대기권 밖으로 보낸 뒤 목표물 상공에서 떨어지게 하는 기초적인 기술조차 지상시험 단계라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현재까지 엔진시험 등을 지속하는 것은 북측이 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고 있다는 증거”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이 아닌)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평가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보유한 ICBM은 KN-08과 KN-14 등 2종류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의 사거리를 1만3000㎞ 정도로 추정하고는 있지만 시험발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구체적인 성능은 물론 개발이 완료된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따라서 북한은 올해 KN-08 또는 KN-14를 사용한 기초적인 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확보 목적도 있지만 북한 ICBM이 하늘을 나는 장면을 공개한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기체, 이를테면 KN-08이 뜨는 모습만 보여줘도 그 자체가 위협이 된다”며 “연료를 적게 넣고 추력을 낮춰 시험발사를 한 뒤 ‘연료를 더 넣으면 1만㎞도 날아갈 수 있다’고 공갈을 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김 위원장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애나 리치 앨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북한의 ICBM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모든 경로와 수단을 동원해 불법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리치 앨런 대변인은 “북한은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도발과 선동적 발언을 자제하고 국제적인 의무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며 “진지한 대화에 복귀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북한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은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jse130801@kmib.co.kr
北 ICBM, 구체적 성능 불분명… 핵심기술 추가 필요
입력 2017-01-0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