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천(사진) 기무사령관이 ‘차세대 전투기(F-X) 시설사업 로비 실태’ 보고서 등 각종 기무사 내부 정보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비선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사령관이 우 전 수석에게 인사 정보 외에 군 민감 정보도 전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2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군에 따르면 조 사령관은 지난해 2월쯤 F-X 시설사업 로비 실태 보고서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거치지 않고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보고서를 받아본 우 전 수석은 박모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을 청와대로 불러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며 “조 사령관은 비선 보고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현대·대우건설이 2400억원 규모의 F-X 격납고 건설 사업을 따내기 위해 예비역 장성 3명을 각각 영입한 뒤 국방부 특별건설심의위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국방부는 우 전 수석 지시 한 달 만인 지난해 3월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심의위원 68명 전원을 교체했다.
조 사령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민구 장관에게 먼저 보고했고 한 장관은 ‘그런 문제가 있으면 과감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며 비선 보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우리(기무사) 보고서가 장관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로 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인사 검증 정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기획관은 관련 지시를 우 전 수석에게서 먼저 하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2월쯤 (청와대에서) 전화가 와서 우 수석을 만났다. 우리는 그런 일(로비)이 있다는 얘기를 그때 처음 들었다”며 “기무사가 건설사 측의 국방부 심의위원 접촉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우 수석이 ‘대책을 세워 와라. 어떻게 할 거냐’고 문책했고, 이후 국방부가 심의위원을 전원 교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3월 2일 관련 로비 실태를 한 장관에게 먼저 보고했고, 청와대 보고는 절차에 따라 같은 날 이뤄졌다”며 “보도 내용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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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현천, 우병우에 ‘비선 보고’ 의혹
입력 2017-01-02 18:15 수정 2017-02-09 1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