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우생순’ 꿈꿉니다

입력 2017-01-02 18:47 수정 2017-01-02 21:29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클럽인 ‘전주한옥마을팀’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창단식에서 전북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북아이스하키협회 제공

“헤이, 헤이. 빨리 움직여. 포첵!”

매주 일요일 저녁 6시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 빙상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린다. 순간 빨간 유니폼과 검정 헬멧을 착용한 선수들이 긴 스틱으로 퍽(puck)을 세차게 때린다. 얼음판 위를 달리는 스케이팅 솜씨는 빙상선수 못지않다. 2시간의 훈련과 동호회원들과의 연습 경기가 끝난 뒤 땀으로 범벅이 된 선수들이 헬멧을 벗으니 모두 앳된 소녀와 숙녀들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클럽 ‘전주한옥마을팀’ 소속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모여 훈련을 함께해 오던 이들은 지난달 29일 창단식을 갖고 본격 훈련에 돌입했다.

선수단은 전주 출신으로 13세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힌 고혜인(23·세종대)씨 등 9명으로 구성됐다. 골리(골키퍼)를 맡은 김유진(16·정읍 태인고)양과 이세영(16·전북사대부고)양은 고교생이고, 송주은(14·완주 삼우중)양은 중학생이다. 오예린(22·우석대)씨는 간호사, 김소현(21·우석대)씨는 경찰을 꿈꾸며 틈틈이 스틱을 잡고 있다. 신세연(24·가천대)씨는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팀은 전북아이스하키협회와 전주시가 힘을 합쳐 만들었다. 단장은 전상락, 감독은 변선용, 코치는 이화준씨가 맡았다. 여기에 임병현 총괄매니저, 김의찬 장비매니저가 동참해 선수를 구성하고 훈련해 왔다. 전주시는 훈련장을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동계올림픽을 유치했지만 쇼트트랙과 피겨, 스피드스케이팅과는 달리 아이스하키는 열악한 편이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는 국가대표만 운영되고 있다. 실업은 물론 클럽 팀조차 등록되어 있지 않다. 선수는 100명 선에 불과하다. 이 같은 사정은 지난해 8월 개봉했던 영화 ‘국가대표 2’가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전북협회는 이번 전주한옥마을팀 창단으로 여자 아이스하키의 저변확대와 경기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또 10여명의 10대 초반 유망주를 육성해 U-18 여자 국가대표 발굴과 세계대회 출전도 꿈꾸고 있다.

앞서 전주시와 전북도, 전북아이스하키협회는 지난해 8월 14개국 160여명이 참가하는 ‘2016 하키 투게더 인 전주’ 캠프를 유치하고 지도자·심판·선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전북아이스하키협회 오재천 회장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저변 확대는 물론 다른 시·도에 모범이 되어 창단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