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한국, 다보스 포럼서 리더십 부재 드러낼라

입력 2017-01-03 04:07

“통일은 대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세계경제포럼 개막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통일 효과를 이렇게 말했다. 이 포럼은 1981년부터 매년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려 대중에겐 ‘다보스 포럼’으로 더 유명하다. 오는 17일 개막하는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대통령 탄핵에 따른 리더십 부재를 고스란히 노출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우리 측 대표로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뿐만 아니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는 9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해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경제 설명회를 개최하기 때문에 다보스 포럼 참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다보스 포럼이 정부 간 공식 회의체는 아니라 산업부 장관의 참석이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는 등 이번 포럼도 정치·경제 리더들의 중요한 논의 창구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거나 ‘대통령 특사’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13년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보냈고 2015년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지난해엔 친박(친박근혜) 핵심 최경환 의원을 특사로 보냈다.

앞서 열린 국제행사의 ‘아픈 추억’도 있어 우려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 대선 직후였던 지난해 11월 페루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도 당시 황교안 총리는 박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했다. 하지만 페루의 부통령과 회담을 가진 것 외에 손꼽을 만한 외교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당시 일본과 중국이 활발히 정상회담을 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한 고위 공무원은 “포럼에서 한국의 리더십 부재상황만 더 부각될까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