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예방한 文… 野 잠룡들 “원외인사가 왜?”

입력 2017-01-02 17:51 수정 2017-01-02 21:17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을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을 공개적으로 예방해 적폐 청산과 선거연령 하향조정을 위한 국회의 노력을 요청했다. 다른 민주당 대권주자 측은 ‘원외 인사’인 문 전 대표의 국회의장 예방에 “이례적이고 부적절한 일”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 전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의장실을 찾아 정 의장과 40분간 환담했다. 정 의장은 문 전 대표를 만나자마자 “국민의 기대가 굉장히 크다. 국민 기대에 부응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주인공이 돼주길 기대하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문 전 대표는 “금년에 받은 최고의 덕담”이라고 화답했다.

문 전 대표는 정 의장에게 “국회가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의 국민 요구에 대해 추진 가능한 과제들은 빠르게 해결해 나가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선거연령 하향조정과 재외동포의 대선 투표권 행사 등 선거제도 보완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 의장은 “국민이 요구하는 사회개혁 과제 중 대선 전이라도 실천 가능한 것을 찾아 성과를 내야 한다. 선거연령 하향은 국회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고 답변했다고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전했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론을 언급하며 국민의당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라는 대의 앞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모으길 간절히 바란다”며 “두 당은 모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민주 정부의 후예다. 함께 힘을 모아 제3기 민주 정부를 만들어내라는 게 국민 바람이자 호남 민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비박(비박근혜)계와 연대한다는 것은 호남 민심과 어긋나는 일이다. 그렇게 흘러가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우회 비판했다.

문 전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 다른 민주당 잠룡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 시장 측은 “당대표도, 현역 의원도, 공식 대선후보도 아닌 문 전 대표가 의장을 공식 예방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의장과 만나려면 비공개로 따로 만났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도 “대선 경선후보의 의장 공개 예방 전례를 본 적이 없다. 대세론 굳히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대북 강경 메시지도 냈다. 최근 개혁보수신당(가칭) 유승민 의원 등 범여권 인사들이 제기한 ‘안보 불안’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문 전 대표는 개인 성명에서 “김정은 신년사에서 드러난 북한의 도발적·호전적 자세는 한반도 평화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며 “핵과 경제를 모두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감행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살 길은 오로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 약속한 모든 합의를 이행하는 길뿐”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