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은 2일 일제히 신년사를 발표했다. 키워드는 ‘혁신’과 ‘신뢰’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혁신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 참석해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를 거울삼아 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권 부회장은 “제품 경쟁력의 기본인 품질은 사소한 문제도 타협해서는 안 된다”며 “공정 개선과 검증 강화를 통해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뛰어난 아이디어가 발현될 수 있도록 창의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문제점은 즉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세우자”고 덧붙였다.
삼성은 그룹 차원의 신년사는 내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는 데다 최근 특검 수사 등으로 회사 안팎으로 어수선한 환경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올해 경영 방침으로 ‘딥 체인지(Deep Change)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보통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을 나누는데 이제는 ‘새해 복 많이 만드십시다’로 바꿔야 한다”는 말로 새해 인사를 건네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딥 체인지를 위해 구성원 모두가 패기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은 구성원들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것을 주문했다. 개인의 변화가 조직으로 확장되고 이를 틀에 담아놓는 것이 경영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사업모델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각 관계사, 구성원 모두가 ‘상보상성(相補相成)’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파트너, 고객,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돕고 서로 발전하자는 것이다. 최 회장은 “SK의 성장은 사회 공동체의 행복으로 연결된다”면서 “사회와 공존·공영하며, 항상 솔직하고 신뢰받는 SK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신년사에서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면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사업 구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 회장은 특히 연구·개발(R&D)과 제조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사이언스파크 시대를 여는 올해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사업 기회와 성과로 연결되는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면서 “제조도 틀을 깨는 시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변화에 뒤처지거나 경쟁력 회복이 어려운 사업들은 근본적으로 사업 방식을 바꾸는 동시에 성장 사업은 힘을 모아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정도경영 문화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회장은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영 시스템을 혁신해도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면서 “어떤 환경 변화에도 100년을 넘어 영속하고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자”고 독려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당부했다. 신 회장은 “정책본부가 축소 재편됨에 따라 각 계열사에서는 현장 중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각 사는 기술개발, 생산,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창의적 시각과 유연한 사고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춘 기업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건전한 기업철학에 기반한 준법경영을 실천하자”고 말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새는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면서 “지금 세상 밖에서 불어오는 위기의 바람 또한 우리가 더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각 사는 미래 핵심역량을 키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선점할 사업구조 고도화에 전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재현 회장 부재로 그동안 적극적인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었던 CJ그룹은 올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CJ그룹 손경식 회장은 신년사에서 “자체적인 성장과 더불어 M&A에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성장 발판을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흥시장 개척, 사업 부문별 1등 경쟁력 확보, 완벽과 최고를 지향하는 일류문화 체질화 등도 주문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재계 신년사… ‘완벽한 쇄신’ ‘딥 체인지’ 통해 신뢰 회복하자
입력 2017-01-02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