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법률 중대 위반 파면해야” VS “탄핵 내용 모두 거짓”

입력 2017-01-03 04:05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오른쪽)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공개변론을 하루 앞둔 2일 헌법재판소에서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시무식이 있었다. 단상에 선 박한철(64·사법연수원 13기) 헌재소장은 ‘대통령’이나 ‘탄핵’이라는 낱말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주권자인 국민은 우리나라 헌법질서에 관한 중요한 현안이 슬기롭게 해결돼 나라와 사회의 통합을 이루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파면 불가피 vs 사실 아니다

3일부터 헌재 대심판정에서는 박 대통령 파면 정당성 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주장과 반박이 벌어진다. 헌재는 최순실(60)씨 등 현재까지 채택된 핵심증인 7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피청구인 당사자인 박 대통령은 여전히 출석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국회 소추위원 측은 “박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고 중대하게 위배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 사건”이라는 소추위원 측 결론이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배 행위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맞선다. 검찰 수사기록을 내던지라는 말을 인용했고,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마저도 공격했다. 사실관계에 관해 양측의 타협점은 거의 없다.

5가지 유형으로 압축한 탄핵소추사유 전부에서 양측은 첨예하게 맞선다. 공무상 비밀문건 유출 사안에 대해 소추위원 측은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박 대통령 측은 국정을 수행하며 지인의 의견을 듣는 일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일이며, 최씨가 비공식 자문위원인 일명 ‘키친 캐비닛’이라고 변론을 펼쳤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과 최씨 관련 기업들의 특혜 이슈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소추위원 측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공동정범 규정을 근거로 “사실관계가 넉넉히 확인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서 출연 대기업들이 “취지에 공감해 돈을 냈다”고 답변한 점을 주목하려 한다. 박 대통령 스스로가 1일 “나를 도와준 분들이 뇌물이나 이상한 것을 뒤로 받고 그런 건 하나도 없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공개변론의 주목거리

지금까지 열린 준비절차기일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헌재 수명(受命)재판부의 ‘세월호 7시간’ 석명 요구였다. 이진성(60·10기) 재판관이 지난달 22일 “본인(박 대통령)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남김없이 시각별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자 공개된 법정에서 진상규명이 이뤄질지 기대가 컸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1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분의 해명에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공개변론에서도 이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 측 설명이 주목된다. 소추위원 측은 “당일 오후 4시10분쯤에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조차 비서실장이 개최했다”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날 저는 정상적으로 이 참사가 터졌다는 것을 보고받고 체크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애초 세월호 7시간 의혹은 탄핵소추안 포함 여부가 불투명했고, 소추의결서에 포함된 이후에도 피청구인 측이 크게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은 아니었다. 박 대통령 측은 “소추안 논리대로라면 향후 모든 인명피해 사건에 대통령이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초래한다”고 자신을 보였다. 하지만 헌재의 석명권이 행사됐고, 지난달 30일에는 “조금 더 신속하게 해줘야 한다”는 재판부의 당부까지 이뤄진 상태다.

사실관계 차원에서 양측의 대립이 계속되는 터라 헌재는 공개변론을 진행하면서 증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사실조회 역시 계속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정부부처를 포함한 8곳의 사실조회가 받아들여졌고, 13일까지 응답기한을 준 상태다. 대부분은 검찰 수사와 언론보도가 이뤄진 내용들이지만, 새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일 첫 공개변론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높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제1차 공개변론은 15분 만에 끝났다. 박 소장은 “중대한 헌법적 비상상황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언행에도 각별히 유의하라”고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헌재 청사 경비는 최고 수준이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