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루터교회, 결국 국교 지위 박탈됐다

입력 2017-01-02 21:02
노르웨이 루터교회 신자들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 NLC 제공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새해 첫날부터 개신교 체면이 구겨지게 됐다. 노르웨이 루터교회(NLC·Norway’s Lutheran Church)가 정부로부터 국교(國敎)의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 것이다.

미국 온라인 기독교매체인 에큐메니컬뉴스 등은 NLC가 신년 첫째 날부터 국교가 아닌 독립법인이 됐다고 2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노르웨이의회가 종교간 형평성을 명목으로 국교 금지 결의안(2008년)을 채택하고 헌법 개정(2012년), NLC 독립 법인화 법안(2016년)을 통과시킨 데 따른 조치다.

NLC 독립법인화 법안에는 ‘루터교회가 국가기관으로서의 공적 종교(public religion)로 남을 것’이라는 현행법 문구가 완전히 삭제됐다. 이에 따라 1250명에 달하는 루터교 목사와 지역교구장, 교회 소속 직원은 더 이상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다만 NLC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은 유지된다.

노르웨이의 정교 분리는 1537년 덴마크 국왕이 덴마크령 노르웨이에 칙령으로 노르웨이 국교회(루터교회)를 설립한지 480년 만이다. 1814년 덴마크로부터 독립한 노르웨이가 헌법에 루터교회를 국교로 명시한 시점으로 따지면 203년 만이다.

현재 스웨덴과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루터교회를 국교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노르웨이 정부의 조치는 가히 충격적이라는 게 기독교매체들의 평가다. ‘유럽=기독교 국가’라는 등식을 깼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이번 조치가 노르웨이를 넘어 유럽 각국의 개신교단에 던지는 각성의 메시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로부터 ‘준공무원’ 신분을 보장받아온 유럽 개신교 목회자들이 영성 강화와 적극적 선교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유럽 교단들은 정부 지원에 안주해 변화하는 세계와 세대, 세계관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교세가 점점 더 줄어드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었다.

노르웨이에서는 십수년 전부터 개신교 외 다른 종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12년 이후 지난 4년간 무슬림은 무려 32%, 가톨릭 신자는 42% 급증했다.

노르웨이 인구의 74%(약 380만명)가 루터교 신자이지만, 정기적인 교회 출석률은 5% 미만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9월엔 온라인 교인 등록시스템을 적용하자 탈퇴 신자가 4만명이 나오기도 했다. 동성결혼과 동성결혼 주례를 허용하는 등 NLC의 잘못된 신학노선도 교회 정체성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