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미리보는 문화계-전시] 주목하라… ‘포스트 단색화’ 작가들이 뜬다

입력 2017-01-03 17:38
국립현대미술관 보디츠코 회고전
류경채 개인전
2017년 문화계에는 손꼽아 기다려볼만한 공연과 영화, 기획전이 꽤 있다. 봉준호 류승완 양우석 추창민 등 흥행 감독의 새 영화가 줄줄이 관객을 찾는다.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한하고,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선 공들인 기획전이 열린다. 올해 문화계 주요 라인업을 공연·영화·전시 세 분야로 나눠 소개한다.

한국의 현대미술 판에서 재벌 미술관인 삼성의 힘이 약화된 듯하다. 중국 작가 리우 웨이 등 국내외 주목받는 현대미술작가의 작품을 소개해온 삼성미술관 플라토가 지난해 8월 문을 닫은 이후 삼성미술관 리움에선 플라토의 빈자리를 메워 줄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가 마련되지 않았다. 화랑가 1번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는 갤러리마다 수년간 인기 상한가였던 단색화의 바통을 이어갈 ‘포스트 단색화’ 작가들을 발굴해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다.

현대미술의 보루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폴란드 출신의 ‘좌파 예술가’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73)를 조명하는 회고전(서울관, 7∼10월)이다. 그는 쇼핑카트에 고물을 모아 생계를 유지하는 미국 뉴욕의 노숙자를 위해 개발한 ‘노숙차’ 등 정치적 공공미술로 유명하다. 이에 앞서 영국 런던 소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프로젝션’(1985)으로 명성을 얻었다. 인종차별정책에 항의하는 뜻에서 심야 시간에 대사관의 페디먼트(고전주의 건축의 정면에서 삼각형 부분)에 나치의 스와스티카 이미지를 투사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한국 전시에서는 남한 사회에 융합되지 못한 탈북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새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가 후원하는 중견작가 시리즈(서울관, 11월∼2018년 6월)엔 2015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자 임흥순(47) 작가가 선정됐는데, 노동 탈북자 등 정치성 짙은 영상 작업을 해온 그가 전시장을 장악할 방식이 궁금하다. ‘앤디 워홀: 그림자들’(서울관, 2∼6월), 영국 팝아트 작가 ‘리처드 해밀턴’ 전(과천관, 9∼2018년 4월) 등 거장을 조명하는 전시가 대기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격년제로 중진작가를 선정해 전시를 여는 세마골드에는 김구림(2013), 윤석남(2015)에 이어 올해에는 안상수체로 유명한 안상수(64) 작가가 선정됐다. 전시는 서소문본관에서 3월 14일부터 5월 14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사진을 통해 현실 문제를 고발해온 사진작가 노순택(45) 작가의 개인전 ‘제4의벽: 비상국가Ⅱ’(4월 29일∼7월 23일)가 마련됐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는 덴마크 출신 올라퍼 엘리아슨(49) 개인전이 2월 말까지 지속되는 것 외에는 현대 미술작가의 전시가 없다. 한국 작가로는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추상화가 김환기(1913∼1974) 회고전(4∼8월)에 이어 ‘필(筆)과 의(意): 한국 전통서예의 미’(9∼12월)가 마련됐다. 리움에서 서예전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갤러리 중에서는 국제갤러리의 활동이 눈부시다. 중국 상하이 뮤즈 미술관에서 9월 ‘단색화’전을 여는 등 해외에서 단색화 알리기에 나서는 한편, 국내에서는 ‘포스트 단색화’ 작가 발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단색화의 추상적 경향과는 상관없는, 개념미술가 안규철(61) 개인전(2월), 미디어아트 작가 박찬경(51) 개인전(5월)을 마련했다.

학고재갤러리에서는 포스트 단색화가 오세열(71) 작가의 회고전(2∼3월)을 준비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던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화랑에서는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의 세계를 개척했던 ‘서정주의 추상화가’ 류경채(1920∼1995) 개인전을 마련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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