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함이 느껴진다. 과감한 변화와 혁신 없이는 냉혹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최순실 사태로 싸늘해진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정도 경영을 통해 신뢰 회복을 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앵무새처럼 되뇌어 왔던 레퍼토리지만 지금이야말로 실천이 중요하다.
국내 기업들은 주력 산업에선 후발국에 밀리고 신성장동력 산업은 선진국에 선점당하면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 있다. 유엔의 세관통계 데이터베이스(컴트레이드)에 따르면 반도체와 자동차 등 10대 수출품목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0년 9.0%에서 2012년 8.1%, 2014년 8.0%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미래 성장을 좌우하는 4차 산업혁명 적응도도 낮다. 미국 5위, 일본 12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5위다.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언제 간판을 내리게 될지 모른다. 노키아와 소니, 모토로라의 몰락이 이를 잘 말해준다.
올해 우리 경제는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예상된다. 성장률이 1% 포인트 낮아지면 일자리 10만여개가 사라진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의 29만명보다 둔화된 26만명으로 추정된다. 내수 둔화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가계나 기업이 혹한기를 지날 것임을 예고한다. 그러나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위기 극복의 최전방에 기업들이 서야 한다. 신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고용 창출로 막혀 있는 경제 혈관을 뚫어주는 게 기업이 할 일이다.
국민들은 세계시장에서 호평받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이나 현대차를 보면서 자부심을 느껴 왔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려나온 대기업 총수들을 보면서 자부심은 자괴감으로 바뀌었다. 기업들은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행해졌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투명 경영과 정도 경영으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일류 기업이다.
[사설] 기업이 혁신과 선제적 투자로 경제혈관 뚫어야
입력 2017-01-02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