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5.8 강진 그 후… “바뀐 게 없네예”

입력 2017-01-03 17:39
약 7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부터 형성된 퇴적층으로 이뤄진 전북 부안 채석강의 역단층이 과거 이곳에서 지진 활동이 일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진 전문가들은 주기에 따라 반복되는 지진의 성격을 근거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은 지난해 말 카메라 니콘 D4 ISO400 셔터스피드 30초 조리개 2.8 사진 144장을 촬영한 뒤 합성.
경북 경주 황남동에 거주하는 92세 손영임씨(가명)가 최근 경주 지진 당시의 공포를 설명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지난해 5월 열린 '제6회 튼튼쑥쑥 어린이 안전건강 박람회'에서 아이들이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을 체험하고 있다(위). 지난해 10월 서울시 주최로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아파트 일대에서 진도 6.8 규모의 지진발생을 가정해 실시된 지진방재 종합훈련.
기상청 지진화산감시센터 관계자가 설명한 경주 지진과 비슷한 형태의 지진 파동 영상(위), 주로 2005년 이전에 지어진 서울 동작구 일대 주택 밀집지역.
신라시대 건립된 국보 제31호 경주 첨성대는 숱한 자연재해 속에서도 굳건하게 버텨왔다. 지진 관측 이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경주 지진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1300여년을 견딜 수 있도록 건축한 선조들의 내진설계 덕분이다. 첨성대를 교훈 삼아 천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대한민국 건축의 틀을 다시 짜야한다. 사진은 지난해 말 카메라 니콘 D4 ISO100 셔터스피드 1/640초 조리개 22 사진 300장을 촬영한 뒤 합성.
“아이고 마 난리도 아니였심더, 사람들이 어파지고 기와가 다 무너지가 말로 표현 못합니더.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아입니까. 이제 다시는 없어야 될낀데…”

경북 경주에 사는 김정오(70)씨는 아직도 자신이 느꼈던 지진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의 경주 강진은 그 지역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다. 이후 발생한 여진만 556회에 이른다. 특히 경주를 포함한 인근 주민들은 아직도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강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경주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 이후 내륙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규모다. 역대 최대 규모인데다 5.0대 지진이 짧은 시간에 두 차례나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했다.

이처럼 지진 여파로 건축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지만 공공시설물이나 민간 소유 건축물의 내진 설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 12월 조사 결과 공공시설물의 내진 설계 이행률은 42.4%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2005년 이전에 지어진 5층 이하 건물이다. 이 건물들은 아예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아 지진에 무방비 상태다. 2005년 이후 내진설계가 적용된 아파트조차 진도 6.0 이상의 강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수도권의 한 유명 건설사 관계자는 “철근이 많이 들어가면 가격이 비싸진다. 우리나라 입찰가로는 현실적으로 6.0 이상의 내진 설계가 무리다”라며 “6.0 이상의 진도에 견딜 아파트가 대한민국에는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주기에 따라 반복되는 지진의 성격을 근거로 한반도에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지난해 9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지진대책 당정협의회에서 “향후 규모 5.8에서 6.0 초반대를 넘어서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주 지진은 다행히 규모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향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지진을 직접 경험한 경주 주민 권오만(76)씨는 “지진 이후 바뀐 게 없네예. 공터에 대피소 팻말 하나 세운 게 전부라예”라며 혀를 찼다. 지진은 끝나지 않았다. 언제든 우리 주변에서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경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서 지진대피 요령 등 교육이 강화되고 내진설계 기준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글·사진=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