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마 난리도 아니였심더, 사람들이 어파지고 기와가 다 무너지가 말로 표현 못합니더.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아입니까. 이제 다시는 없어야 될낀데…”
경북 경주에 사는 김정오(70)씨는 아직도 자신이 느꼈던 지진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의 경주 강진은 그 지역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다. 이후 발생한 여진만 556회에 이른다. 특히 경주를 포함한 인근 주민들은 아직도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강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경주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 이후 내륙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규모다. 역대 최대 규모인데다 5.0대 지진이 짧은 시간에 두 차례나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했다.
이처럼 지진 여파로 건축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지만 공공시설물이나 민간 소유 건축물의 내진 설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 12월 조사 결과 공공시설물의 내진 설계 이행률은 42.4%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2005년 이전에 지어진 5층 이하 건물이다. 이 건물들은 아예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아 지진에 무방비 상태다. 2005년 이후 내진설계가 적용된 아파트조차 진도 6.0 이상의 강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수도권의 한 유명 건설사 관계자는 “철근이 많이 들어가면 가격이 비싸진다. 우리나라 입찰가로는 현실적으로 6.0 이상의 내진 설계가 무리다”라며 “6.0 이상의 진도에 견딜 아파트가 대한민국에는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주기에 따라 반복되는 지진의 성격을 근거로 한반도에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지난해 9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지진대책 당정협의회에서 “향후 규모 5.8에서 6.0 초반대를 넘어서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주 지진은 다행히 규모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향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지진을 직접 경험한 경주 주민 권오만(76)씨는 “지진 이후 바뀐 게 없네예. 공터에 대피소 팻말 하나 세운 게 전부라예”라며 혀를 찼다. 지진은 끝나지 않았다. 언제든 우리 주변에서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경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서 지진대피 요령 등 교육이 강화되고 내진설계 기준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글·사진=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앵글속 세상] 5.8 강진 그 후… “바뀐 게 없네예”
입력 2017-01-03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