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1:15) 예수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의 압축이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 되는 해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교황의 면죄부 판매에 반대해 그 부당성을 95개조 반박문으로 발표한 지 500년이 된 것이다. 중세사회를 뒤흔든 이 반박문은 종교개혁의 발단이 됐다. 신정 통치 질서에서의 이 사건은 종교적 패러다임의 지배와 통치를 벗어나려는 인본적 열망을 담고 있다. 따라서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은 종교개혁을 체제 변혁과 같은 사회개혁으로만 해석하기 쉽다. 그러나 루터가 말한 개혁의 본질은 회개하고 복음을 제대로 실천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신앙적 결단을 의미한다. 그는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예수의 말씀을 따르라고 권력자와 세상 사람에게 외친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예수 말씀의 강조였다.
루터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인들이 외친 ‘오직 복음’은 권력자들에게 두려움이었다. 그 말씀을 무기로 한 ‘연합 항의(Joint Protest)’가 프로테스탄티즘 정신이 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사회변혁적 개혁은 신앙 안에서의 하위 개념일 뿐이다.
‘때가 차자’ 그 복음이 한국에도 미쳤다. 그 ‘때’는 연대기적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 사역의 결정적 시간이다. 집 짓는 자의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하나님은 고통 받는 조선 백성을 위해 1885년 전후로 스크랜턴과 언더우드 등 수많은 선교사를 보내어 약속을 성취해 나갔고, 그 순교를 각오한 선교사들을 통한 말씀은 일본 제국주의와 맞선 민족교회로서 뿌리를 내렸다. 그리하여 광복과 6·25전쟁 와중에서도 회개하고 기도하는 백성이 있어 교회가 성장과 부흥을 할 수 있었다. 넘어서 세계 복음화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교회 130여년. 교회의 물신화된 병폐가 이전에 가졌던 소금의 맛을 잃어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루터가 말한 회개, 우리의 내적 변화로 동반된 하나님의 죄 사함이었음을 우리도 잊어버린 것이다. ‘오직 하나님 은혜’가 아닌 ‘우리의 공로’로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는 첫마음으로 돌아가자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하나님 법도는 평화 정의 사랑이 통치하는 곳에서 완성됨을 다시 고백해야 한다. 우리가 정말 수없이 새겼던 말씀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는 우리 심령에서부터 비롯된 즉 ‘나부터’, 하나님 마음을 지닌 나로부터 싹터야 하기 때문이다. 회개는 우리 삶 속에 예수 가치를 새기는 개혁으로 나타나야 하고 또 그 개혁은 탈선한 현재의 질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라는 하나님 명령이 드러나는 일이다.
[사설] 종교개혁 500주년, ‘나부터’ 평화·정의·사랑 실천을
입력 2017-01-02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