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국내 건설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3 부동산대책 이후 지난달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고, 미달 단지도 속출 중이다. 국내 건설 수주량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연초부터 철근과 시멘트 등 건설 자재 값도 오를 전망이라 건설업계가 악재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분양을 마친 ‘아크로리버뷰’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306.6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같은 지역에서 분양한 ‘래미안리오센트’는 겨우 12.3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지난달 공급된 ‘금호어울림레이크2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평균 경쟁률이 2.3대 1 수준에 그쳤다. 최근 2년간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된 아파트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청약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된 79개 새 아파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평균 7.3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23대 1) 정점을 찍었다가 10월(20.5대 1), 11월(18.2대 1) 연속 감소하다 아예 한 자릿수를 기록한 셈이다. 분양권 전매금지 등 정부 규제로 인해 가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청약 거품이 사라지면서 79개 아파트 가운데 23곳은 청약 2순위에서도 모집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10곳 중 3곳의 아파트에서 미달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건설사의 먹거리로 떴던 국내 주택시장이 올해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공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10대 건설사도 올해 분양 예정물량을 지난해보다 6% 정도 감소한 15만5250가구로 조정한 상태다.
국내 건설 수주 전망도 녹록지 않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 수주액은 전년 대비 13.6% 감소한 127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5년 이후 2년 연속 감소하는 것이다. 한국건설경영협회 등이 추정한 결과를 봐도 국내 수주액은 2015년 131조원에서 올해 103조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20년까지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지속적으로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 때문이다. 해외사업 부실 등으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도 건설사의 고민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해를 맞아 건설 기초자재 가격도 오를 조짐이다. 철도파업 등의 변수로 미뤄진 공사량은 많은데 재고가 부족하다. 비수기로 여겨지던 예년 1∼2월과는 상황이 정반대다. 특히 철근의 경우 2013년 말 t당 72만원에서 지난해 58만5000원으로 떨어진 가격을 두고 제강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70만원 선까지 다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골재가격 초강세에 따른 레미콘 가격 상승과 철도운임 인상을 둘러싼 시멘트 값도 들썩이는 추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건설업은 국내외적으로 악재만 가득한 상황”이라며 “건설사마다 새로운 먹거리 찾기와 함께 산적한 도전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놓고 경쟁하는 치열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새해 덮친 ‘3대 악재’에 건설사들 긴장
입력 2017-01-03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