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5명 중 1명. 2014년 암 등록통계를 통해 발표된 우리 국민의 암 유병률이다. 국민 146만명이 암을 이겨내거나 치료받으면서 우리와 함께 해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도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암에 걸리는 것이 이른바 ‘사형선고’였던 시절은 지났다.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4년 기준 70%를 넘어서고 있으며 69%인 미국, 62.1%인 일본 등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암은 널리 발생하고 있지만, 이젠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되었다고 하겠다.
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암 관리는 잘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학계 등 각 분야에서 암 관리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 덕분이다. 한국인의 5대 암으로 꼽히는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은 1999년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부터 시작하여 2005년 대장암을 마지막으로 전 국민 암 검진 체계를 갖추었다.
정부는 암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국민들을 암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995년부터 10년 주기로 암 정복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2001년에 국립암센터를 개원한 이래 국제공인 암 등록통계 산출과 5대 암에 대한 국가 암검진사업 시행, 국민 암 예방 10대 수칙 제정 및 홍보, 저소득 암 환자를 위한 의료비 지원, 그리고 호스피스 전문기관 지정 및 확산 등의 성과가 있었다.
지난해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수행할 제3차 암관리종합계획을 수립·발표하였다. 지금까지 암 관리정책이 조기검진과 치료 위주의 정책에 집중했다면 제3차 계획은 치료 후 생존자와 말기암 환자에 대한 삶의 질 향상에도 주목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생존자의 의료적, 정서적, 사회적 지지를 위한 통합지지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우선 올해 1차적으로 지역암센터를 기반으로 하는 통합지지센터 3개소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중앙 호스피스 센터를 지정하여 정보·통계의 수집 분석 및 관련 기술 개발도 체계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해 전문병동 중심으로 근무하던 의사, 간호사로 이뤄진 호스피스 팀이 가정이나 일반 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를 방문하는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소아를 위한 호스피스 모델도 올해 함께 개발하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조기검진의 효과성을 높이는 정책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30갑년 이상의 흡연 이력을 가진 고위험 흡연자, 예를 들어 하루 평균 1갑을 30년 동안 피웠거나, 하루 평균 2갑을 15년 동안 피운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폐암 검진을 2017년 초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검진 결과에 대한 사후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암을 사전 관리하기 위해 암등록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전국적 규모의 암 감시체계도 구축하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시·군·구별 암 발생통계를 발표해 지역별 암 관리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별 특이점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신문, 방송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령별로 맞춤형 암 예방 홍보도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2017년 새해가 시작됐다. 올해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암 예방을 위해 걷기와 같은 간단한 운동이라도 시작해 보자.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술과 담배를 피하는 등 평범한 건강수칙만 지키면 암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기고-정진엽] 암과 더불어 사는 삶
입력 2017-01-02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