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으로서 제 할 것은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밀회설’에 대해서는 “기가 막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참사 당일 피부 시술 의혹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나를 엮은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常春齋)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나 “그날(세월호 사고 당일)은 마침 일정이 비어 관저에 있었다”며 “정상적으로 보고받고 체크했다”고 강조했다. 상황을 보고받고도 본관 집무실에 안 간 이유를 묻자 “처음엔 그렇게 엄청난 참사라고 생각을 못했다”고 답했다. 또한 오후 3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지시를 내리고도 5시15분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은 경호와 중대본 내부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경호에 필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중대본에도 무슨 사고인지 상황이 생겨서 확 떠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외부인의 관저 출입과 관련해선 “기억을 더듬어보니 머리 만져주기 위해서 오고 목에 필요한 약을 들고 온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영양주사 등 건강 관련 질문에는 불쾌감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무슨 약을 먹었는지 다 까발리는 건 너무나 민망한 일”이라며 “그런 일로 국가에 손해 입힌 적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피로할 때 영양주사 맞는 걸) 큰 죄가 되는 것 같이 하면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뭐냐”고까지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삼성 합병 얘기가 나오자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어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잘 대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 찬성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는 게 박 대통령 주장이다. 그는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국가에 올바른 정책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김영재 성형외과와 KD코퍼레이션 등 최순실씨 관련 업체 특혜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중소기업이라도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면 기회를 줘야 된다”는 논리로 방어막을 쳤다. 최씨와 KD코퍼레이션의 관계는 “보도를 보고 비로소 알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를 “몇 십년 된 그런 지인”으로 표현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지인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대통령에 직접 항의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많이 품어가지고 하는 거는 참 좋은 일 아니냐’고 들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품어가지고’라는 발언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기자단 내부에서 나왔다.
야권은 반성도 없고 불통은 여전한 ‘밀실 신년인사회’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궤변과 후안무치로 일관한 박 대통령은 신년벽두부터 국민과 전쟁이라도 하자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국민들 가슴에 대못질 해대는 못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朴 대통령 “세월호 당일 대통령으로 할 것 다했다 생각…피부시술은 있을 수 없는 일”
입력 2017-01-01 18:23 수정 2017-01-01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