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노량진 일대는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 밀집지역이다. 학원가에는 전국 곳곳에서 공직을 꿈꾸며 모여든 청년들로 붐빈다. 그러나 취업난이 심해지고 공무원 합격은 바늘구멍처럼 좁아진 탓에 노량진 일대는 ‘우울한 청춘’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우울증, 스트레스, 흡연 등으로 정신보건 상태가 엉망인 공시생들이 적지 않다.
동작구 보건소가 2011∼2015년 공시생 8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선별검사에서 54%가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분류됐을 정도다. 수험생의 80%가 불안, 무기력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40%는 심리상담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실태조사 결과도 있다.
동작구는 노량진의 이런 특수성을 인식하고 수험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건강증진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구는 지난 3월 수험생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챙기기 위해 동작구마음건강센터를 개원했다. 센터에서는 지금까지 128회 심리검사를 진행했고 876명에게 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했다. 증상이 심각한 11명은 정신건강증신센터에 연계해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
2015년 말부터는 동주민센터와 교회 등으로 직접 찾아가 공시생을 대상으로 무료심리검사와 상담을 하는 ‘마음건강코칭’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상담실적은 총 157건이다.
구는 수험생들의 흡연율 줄이기에도 나섰다. 지난 7월 노량진 메가스터디타워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9월부터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동작구마음건강센터는 매주 목요일마다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 57명의 등록자 중 36명이 ‘3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했다.
2015년 10월 노량진역 주변에서 사육신묘 쪽으로 이전한 컵밥거리(노량진 거리가게 특화거리) 등에 대한 위생관리에도 관심을 쏟았다. 그 결과 컵밥거리 내 점포들에 대한 위생점검 및 저염지도를 통해 모든 점포의 위생상태가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노량진 학원가 주변 식품취급업소에서 2015년 59명에게 발생했던 식중독은 지난해에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구는 또 골목길에 반사경, 생활에티켓 표시판, 그림자조명 등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해 학원가를 범죄안전마을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동작구는 이 같은 ‘건강한 노량진, 건강증진 학원가’ 사업으로 지난달 서울시가 주관한 ‘2016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 평가에서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누구나 안심하고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학원가를 만들어 노량진을 희망의 증거로 삼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노량진 학원가’ 밝고 건강하게…
입력 2017-01-01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