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새해맞이 파티가 열리던 터키 이스탄불의 나이트클럽에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무장괴한이 침입해 총기 테러를 벌였다. 이번에도 무고한 시민을 겨냥한 ‘소프트 타깃(soft target) 테러’였다. 최소 39명이 사망하고 69명이 부상했다. 사망자 중 최소 15명이 이스라엘 10대 여성을 비롯한 외국인으로 확인되면서 해외 관광객 등을 표적으로 한 극단주의 조직의 소행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1일 오전 1시45분(한국시간 1일 오전 7시45분) 이스탄불 해변 오르타쿄이의 레이나 나이트클럽에 무장괴한 2명이 침입했다. 경비를 서던 경찰에 먼저 총을 쏜 이들은 클럽 안에 들어서자마자 15분간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했다. 이들은 아랍어 구호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클럽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공포에 질린 일부 시민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오르타쿄이는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 인근으로 고급 식당이 모여 있는 이스탄불 최대 관광지 중 한 곳이다. 레이나 클럽은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 사이에서도 유명세가 높고 배우와 스포츠 스타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현장에 있던 축구선수 세파 보이다스는 “35∼40명이 숨졌다고 하는데 사망자가 더 있을 수도 있다”며 “내가 나올 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밟고 나오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클럽 안에는 6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새해맞이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사건 직후 경찰 특공대가 투입됐지만 범인 검거 작전에 실패했다. 범인들은 눈에 띄는 산타 모자를 벗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바십 샤힌 이스탄불 주지사는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무고한 사람들을 무자비한 방식으로 살해했다”며 “오늘 공격은 테러”라고 규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연말연시를 맞아 테러 위협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경계활동도 강화된 상황에서 테러가 발생하자 충격이 더 컸다. 특히 터키의 경우 지난 19일 안드레이 카를로프 주터키 러시아대사가 수도 앙카라에서 저격당한 지 14일 만에 테러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배후 세력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쿠르드계 무장단체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두 단체가 벌인 잇따른 테러로 터키에선 지난해에만 180명 넘게 숨졌다.
지난 10일 쿠르드계 무장단체 소행으로 추정된 연쇄 폭탄 테러로 축구 경기장에 있던 44명이 사망하고 149명이 부상했다. 지난해 6월에는 IS의 공항 총격·폭탄 테러로 45명이 목숨을 잃었다. 터키 사정 당국은 테러 위협을 인지하고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지에 경찰관 1만7000명을 배치하는 등 보안 수위를 높였지만 들뜬 연말연시 분위기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미 국무부는 터키에 대해 지난해 두 차례 여행 경보를 발령했고 한국도 현재 앙카라와 이스탄불에 여행 자제를 뜻하는 황색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7월 쿠데타 시도로 내부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테러 공격이 끊이질 않아 터키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가진 신년 연설에서 “소망으로 가득 찬 밤이 불행하게도 폭력으로 얼룩졌다”며 “모든 선한 이들이 테러의 역병에 용기 있게 맞설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무장산타’ 터키 클럽서 총기난사…피로 물든 새해
입력 2017-01-01 18:11 수정 2017-01-01 2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