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ICBM 시험 발사 마감 단계”… 수차례 도발 예고

입력 2017-01-01 18:03 수정 2017-01-01 21:10
양복 차림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조선노동당기를 배경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신년사는 1일 낮 12시30분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됐다. 신년사 발표 장소는 노동당 청사로 추정된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라고 밝혔다. 올해 ICBM 완성을 위해 여러 차례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을 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동방의 핵강국”이란 표현을 사용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신년사로는 이례적으로 남한의 ‘촛불 민심’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이 신년사에서 박 대통령 실명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낮 12시30분(평양시 12시) 조선중앙TV를 통해 다섯 번째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에 주체조선의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돼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며 핵 및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과시했다.

특히 ICBM과 관련해서는 시험발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로켓(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해 국방력 강화를 위한 경이적인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연발적으로 이룩됐다”고 말했다.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대출력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도 ICBM 시험발사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올해 안에 ICBM 개발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르면 8일 김정은 생일 전에나 20일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전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핵 능력 강화 의지도 재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문전 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남 부문에서는 남한의 ‘탄핵 정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박근혜정부를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의 전민항쟁은 파쇼 독재와 반인민적 정책, 사대매국과 동족대결을 일삼아온 보수 당국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에 대해선 “반통일 사대매국 세력”으로 규정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거족적 통일운동의 전성기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7·4 공동성명발표 45돌, 10·4선언 발표 10돌이 되는 해”라며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교류와 관련해선 “관계 개선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와도 기꺼이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며 지난해와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정 실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새로 출범할 차기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분석자료에서 “이례적으로 대통령 실명을 언급하고, 반통일 세력 분쇄 등을 주장한 것은 현 우리 내부 정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됐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달 출범을 앞둔 미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없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ICBM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트럼프 정부를 우회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현길 조성은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