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얽혀… ‘영원한 제국’의 몰락

입력 2017-01-01 18:54 수정 2017-01-01 21:37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다닐 때 대리시험 등 학사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긴급체포된 류철균 교수가 1일 서울 강남구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최순실(60·구속 기소)씨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류철균(필명 이인화·51) 이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에 대해 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류 교수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전날 오전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던 중 정씨 성적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됐다. 이대 특혜 의혹과 관련해 1호 강제수사 대상자다.

류 교수는 ‘K-MOOC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라는 강의를 하면서 정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조교에게 정씨 기말시험 답안을 대신 작성하게 하고 정씨에게 학점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정씨는 독일에 체류 중이었으나 이 같은 특혜로 시험 없이 학점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교육부가 실시한 감사에서도 정씨가 류 교수 수업 기말시험을 치르지 않았는데도 정씨 이름으로 된 답안이 제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누군가 정씨를 대신해 온라인 강의를 들은 흔적도 발견됐다.

특검팀은 류 교수를 정유라 관련 특혜 의혹을 풀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류 교수를 불러 특혜 제공 배경이나 윗선 지시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특검팀은 류 교수가 조교에게 “특검에 가서 허튼소리하면 논문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 학계에 발 못 붙이게 하겠다”며 허위 진술을 종용한 정황도 포착했다.

그러나 류 교수는 해당 조교와의 대질신문에도 “(정씨 대리시험과 관련해) 지시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씨와의 친분 관계는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교수는 최씨 측근인 차은택(47·구속 기소)씨와 함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로 활동했는데, 여기에 최씨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이인화’라는 필명을 사용한 류 교수는 199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영원한 제국’으로 ‘팩션’의 새 지평을 열었지만, 정조 독살설을 소재로 ‘절대적 왕권정치’를 옹호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이 필연적이라는 퇴행적 역사인식을 드러내 비판을 받았다.

황인호 손영옥 기자, 사진=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