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과 신앙 이야기] 일터에 예수님 모시기

입력 2017-01-02 20:50

첫 직장에 들어가 교회 청년부에서 배운 대로 성경공부 모임을 만들고 신우회도 결성해 아침마다 함께 기도하고 매주 뜨거운 찬양예배를 드렸다. 선교여행 개념이 정착되지 않던 1990년대 초반 회사 신우회에서 일본선교여행을 다녀왔으니 은혜 받으러 회사에 간다고 할 만큼 나는 영성 가득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뭔가 2%가 부족했다.

신우회 활동과 종교적 영역에서는 예수님이 주인이었지만 매일 주어지는 일터에서의 삶과 내가 수행하는 업무에서 우리 주님은 완전히 소외되고 있었다. 하나님은 이 부분을 지적해 주셨다. 주님을 나의 일터에 초대하고 내 업무에 개입하시도록 문을 열어드렸더니 부족했던 2%가 채워졌다. 일터에서의 영적 체험과 은혜가 더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큐티(QT)를 할 때 업무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밀려올 때면 주님은 “네 업무를 큐티 시간에 다 맡겨놓으라”고 하셨다. 이후 복잡한 일터의 모든 문제를 주님께 맡기자 업무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도우시고 간섭하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었다.

중요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출장을 갔었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그래서 귀국하기 전날 호텔방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답답해했다. 그때 하나님은 말씀으로 용기를 주시고 호텔방에서 박수치며 ‘혼부(혼자 부흥회)’를 하게 하셨다. 이튿날 우연히 만난 업체 직원과의 면담을 통해 문제 해결의 핵심을 얻게 하셨다.

거래처 사장의 일방적인 막말로 관계가 악화되어 씩씩거릴 때였다. 나는 대기업 직원으로 ‘갑질’을 하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원망하지 말고 네가 먼저 화해하라”고 하셨다. 물론 내키지 않았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거래처에 전화했다. 전화 연결음이 들리자마자 내 마음 속에 없었던 뜨거운 사랑의 마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눈물 콧물을 짜며 사장님과 통화했다. 그러면서 큰 은혜를 받았는데, 이름을 붙이자면 ‘전화통 부흥회’였다.

회사 업무를 하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도 했다. 임원시절 회장님의 꾸지람을 듣고 재보고를 준비했다. 재보고가 잘 되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재보고가 잘 마무리되자 겸손하거나 감사하기보다는 스스로 대견해하는 교만함으로 가득했다. 그때 사장님이 나를 불러 “대기업 임원 보고가 그 수준밖에 안 되냐”고 질책했고 이를 통해 내 교만을 강하게 지적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주님께 일터의 문을 열어드리자 일터는 부흥을 체험하는 예배당이 되었다.

신앙훈련을 잘 받았다고 하는 크리스천 청년들이 일터에서 만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이원론적 사고’다. 거룩한 것과 세속적인 것을 구분해 신앙을 종교적 영역으로만 제한하는 잘못된 사고다. 우리 생각 속에 뿌리박고 있는 이원론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우리 일터의 모든 문제에 예수님을 초청해서 개입하시도록 열어드려야 한다. 그때 우리 주님은 우리 일터 현장에 찾아 오셔서 일터의 문제에 깊이 개입해 해결하시고 우리를 일터의 사역자로 세워 가실 것이다.

방선오 (명지대학교 사무처장)

약력=△대한항공 상무, 토파스 대표이사 역임 △서울 성도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