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해 벽두 광주서 국민의당 성토… “비박과의 연대는 호남 배반”

입력 2017-01-01 18:27

새해 첫날 호남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겨냥해 “비박(비박근혜)계와 손을 잡거나 연대하는 것은 호남의 염원에 반하는 선택”이라고 압박했다.

문 전 대표는 1일 오전 광주 무등산 중머리재에서 시민 및 지지자들과 새해 첫 일출을 함께 맞았다. 전날 전북 전주 촛불집회 참석에 이어 싸늘한 호남 민심 달래기에 이틀 연속 공을 들였다.

등반을 마친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계 은퇴 발언은) 호남의 지지를 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드린 말씀이다. 정권 교체를 위해 호남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재차 해명했다. 이어 “요즘 국민의당이 비박과 함께 연대할 수 있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만약 새누리당 쪽 비박과 손잡는다면 정권 교체를 바라는 호남의 염원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의 발언은 최근 개헌을 고리로 불거진 국민의당과 개혁보수신당(가칭),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연대론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주승용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패권세력을 제외한 대통합’을 기치로 제3지대 연대를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다. 3자 연대가 현실화돼 ‘문재인 대 비문재인’의 대선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문 전 대표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문 전 대표는 최근 ‘대선 전 야권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지난 총선 때 잠시 길이 어긋났지만,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함께해야 할 관계”라고 말했다. 다만 통합의 방식을 구체화하진 않았다. 그는 “통합·단일화는 상대가 있는 만큼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듯 진행할 수 없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호남의 민심을 받들다보면 자연스레 대선 과정에서 힘을 모으게 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무등산 등반에 이어 부인 김정숙 여사와 광주 서구 발산부락 노인정에서 떡국 나눔 행사를 가졌다. 오후에는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공장을 찾아 신년 휴일에도 출근한 현장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