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했던 안철수, 조기 대선캠프 구성 ‘정면돌파’

입력 2017-01-02 00:09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당분간 당과 거리를 두고 독자 대권 행보에 나서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달 중 대선 캠프도 공식화할 방침이다. 당에 대한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당의 호남 색채 강화와 외부세력과의 연대 주장이 안 전 대표의 대권 구상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1일 “전당대회 직후 대선 캠프를 공식화해 독자적인 행보와 메시지를 낼 것”이라며 “안철수는 국민의당과 다르게 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가다가는 당도, 안 전 대표도 고사하고 만다”며 “향후 대권 행보 과정에서 당과 일정 거리를 두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지난달 말 이후 이날까지 당 공식일정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내에서 안 전 대표의 영향력은 약화됐다. 특히 탄핵 국면에서 안 전 대표와 당의 엇박자가 지속됐고, 이는 안 전 대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20대 총선 때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당 지도부가 지난달 2일 탄핵안 표결을 반대한 것도 안 전 대표와는 입장이 달랐다. 안 전 대표는 탄핵 정국에서 다른 대권 주자보다 강한 어조로 박근혜정부 퇴진운동에 앞장섰다. 지난달 2일 표결도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당이 공식적으로 2일 표결을 반대하면서 여론 역풍이 불었고 그의 정권 퇴진 행보는 묻혀버렸다.

주승용 원내대표 선출 이후 외부세력과의 연대·통합론이 당내에서 분출하는 것도 안 전 대표 구상과 다르다. 당 호남 중진들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및 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은 “지금 연대 같은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지 않으냐. 답답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31일 페이스북에 정호승 시인의 ‘넘어짐에 대하여’를 인용하며 “셀 수 없이 넘어지는 게 우리의 삶입니다. 주저앉지 않고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면 끝내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잠시 넘어졌으나 다시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