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기소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씨 등 핵심 피고인들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과 서울중앙지법 법정,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실 등에서 2017년 연초(年初)를 보내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국정농단 사태 형사재판, 특검 수사라는 ‘세 개의 접시’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31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소환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등을 캐물었다. 다음 날인 1일도 소환 통보를 받자 안 전 수석은 ‘건강상 이유’를 들며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그는 5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신의 형사재판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야 한다. 10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도 증인 신분으로 헌재 심판정에 불려나간다.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60)씨 측은 “연이은 일정으로 혼란스럽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약 3개월 치 형사재판 일정을 미리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헌재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 출석해야 하는데, 특검도 거의 매일 소환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재판 일정을 특검·헌재와 공유해 (출석 일자가) 겹치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지 않은 핵심 참고인들도 바쁜 연초를 보낼 예정이다. 최씨 등의 형사재판에는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된 고영태 노승일 박헌영씨 등 관계자 70여명이 줄줄이 증인으로 소환된다.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재벌그룹 관계자 등도 대통령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로 인해 법정과 조사실을 오갈 전망이다.
한편 헌재·법원과 박 대통령, 최씨 등은 재판의 진행 속도를 놓고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재판 준비절차를 약 2주 만에 마친 헌재와 법원은 2017년 첫 주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30일 헌재에서 열린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 측 대리인들은 “3만5000∼6000쪽에 달하는 탄핵심판 관련 기록을 읽어보는 데만 일주일이 걸린다”며 “일정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씨 측도 지난 29일 형사재판에서 “재판은 냉철한 머리로 임해야 한다”며 태블릿PC에 대해 감정을 신청했지만 재판부에 의해 보류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탄핵·특검·형사재판’ 잇단 출석… 정신없는 국정농단 피고인들
입력 2017-01-02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