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에 직간접으로 관계된 사람들이 국회 청문회에서, 법정에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딴소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거짓말하면 큰 코 다친다. 서울북부지검이 일반 형사사건에 대해 마음먹고 검증에 나서봤더니 재판에서 위증이나 위증을 지시한 사람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위증 및 위증교사 사범을 모두 43명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북부지검에서 적발한 위증 및 위증교사 사범은 81명으로 2015년 24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편들기’는 꾸준히 계속되는 위증 유형이다.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의 ‘정’에 이끌리면 위증 유혹에 약해지기 때문이다. 박모(28·여)씨는 약혼자 서모(35)씨가 2014년 10월 차량 통행 문제로 다투게 된 상대방의 가슴을 밀치는 모습을 보고서도 “두 사람은 말다툼만 했다”고 위증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결과 서씨의 폭행사실이 드러나 박씨는 위증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말 뒤집기’도 빈번하다. 조모(53)씨는 2014년 4월 자동차 대리점을 함께 운영하는 김모(54)씨와 직원 월급 지급을 두고 시비가 붙어 쇠파이프로 김씨의 손등과 팔 등을 때렸다. 김씨는 조씨 허벅지에 의자를 던지며 맞섰다.
조씨는 약 7개월 뒤 상해죄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씨의 재판에서 위증을 하는 자충수로 문제를 키웠다. 조씨는 김씨가 상해죄로 재판을 받을 때 증인으로 참석해 “나는 쇠파이프로 김씨를 때린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했다. 하지만 조씨가 쇠파이프를 들고 다니는 장면이 CCTV에 담겨 있었다. 끝내 위증을 자백한 조씨는 지난해 11월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사실혼 관계인 조모(45)씨와 안모(36·여)씨도 말을 뒤집어 처벌받았다. 이들은 2015년 5월 김모씨가 술에 취해 쓰러진 여성의 가슴을 만졌다며 112에 신고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김씨가 가슴을 만지다가 우리가 계속 쳐다 보니 손을 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선 말을 바꿨다. 김씨가 추행하는 모습을 직접 본 것은 아니라는 진술이었다. 그러나 경찰조사에서 녹음해 둔 진술내용이 나오면서 거짓말이 탄로 났다. 조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안씨는 재판받고 있다.
“뇌물이 아니라 빌린 돈”이라는 식의 위증도 여전했다. 유모(68)씨 등 재개발조합 임원 3명은 재개발사업 시공사를 선정하며 51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이들은 “해당 돈은 빌린 돈”이라고 진술하다가 뒤늦게 뇌물임을 자백했다. 법원은 뇌물죄에 위증죄를 더해 유씨에게 징역 4년, 성모(62)씨와 이모(58)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남에게 위증을 지시해 죄를 뒤집어씌우는 위증교사도 처벌받는다. 강모(71)씨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조카 강모(53)씨와 함께 주인집 문을 떼어냈다. 강씨의 지시에 따라 조카는 “혼자 문을 뗐다”고 법원에 진술했다. 하지만 검사가 추궁하자 이내 강씨가 위증을 시켰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강씨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위증은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범죄”라며 “가까운 사이에 ‘정’ 때문에 거짓증언을 하는 일이 없도록 위증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국정농단 증인들 보고 있나’… 법정 거짓말 큰 코 다친다
입력 2017-01-02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