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모래알 당국… 올 ‘경제정책방향’ 모래성 되나

입력 2017-01-02 00:00
해가 바뀌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정책 당국의 무기력증이 여전한 분위기다. 현안에 대한 부처 간 엇박자를 조율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수습되기 전까지는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현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은 공개되자마자 ‘6개월짜리’라는 혹평을 받았다. 신사업 등은 찾아보기 힘들고 매년 반복됐던 정책을 돌려 막는 수준의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는 것이다. 20조원 규모의 경기보강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지만, 재정보강이라기보다는 가용한 자원 내에서 온갖 수단을 쥐어짜는 미봉책으로 평가됐다. 신혼부부에게 최고 100만원까지 세금을 깎아주는 세액공제를 두고 정작 청년층은 ‘땜질식 처방’이라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저출산·비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100만원의 세액공제로 출산율이 오르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공공·노동·금융·교육을 포함한 현 정부의 4대 개혁은 이미 국정과제로서 동력을 상실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방향을 맞춰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수 회복세 둔화를 예상하며 경기 회복 모멘텀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면서도 이번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타개책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특히 대통령 탄핵이 결정돼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다음 정부 출범 이후 대부분의 정책이 사문화할 가능성도 있어 적극적인 정책 집행이나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표적인 게 정부의 국정과제인 성과연봉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4개 금융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 시기를 2018년으로 늦췄다. 반면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된 금융공공기관은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 이를 두고 “금융위가 올해부터 성과연봉제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기재부의 방침을 거부했다”는 식의 뒷말이 흘러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에 확정키로 했던 건강보험부과체계 개편안은 올해로 발표가 연기됐다.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 내부에서 부처 간 협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이다. 1월 중순 이후로 국회와 공동 공청회를 열고 개편안을 공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실질적인 개편 논의는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세종=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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