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따라서지 못해”… 김정은 ‘자아비판’ 왜?

입력 2017-01-01 18:03 수정 2017-01-01 21:1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일종의 ‘자아비판’을 했다. ‘수령 무(無)오류론’이 지배하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 말미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을 어떻게 하면 신성히 더 높이 떠받들 수 있겠는가 하는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말했다. 또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해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야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 발언은 이른바 ‘애민(愛民)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고위 간부는 총살과 감시 등 폭력적인 공포정치로 다스리되, 일반 주민에게는 관대한 이미지를 조작하는 통치전략이다. 남한에서 촛불집회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놓인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낮 12시30분(평양시 12시) 조선중앙TV를 통해 29분간 녹화 중계됐다. 신년사 낭독 모습은 시작과 끝 부분 외에는 거의 화면에 나오지 않았다. 중간중간 노동당 당사 사진을 비롯해 미사일 발사 사진 등이 사용됐다. 167장의 사진이 사용된 지난해와 달리 210장의 사진이 쓰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7차 노동당 대회 때처럼 뿔테 안경에 양복 차림으로 연단에 섰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 발표 당시엔 인민복 차림이었지만 당 대회 이후 양복도 자주 입고 있다. 양복을 즐겨 입었던 김일성 주석을 모방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